양승동 KBS 사장이 4일 오전 한국방송공사 창립 46주년 기념식에서 “KBS 콘텐츠가 독보적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공영방송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일련의 개혁 작업을 하나하나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사장은 “외부 정치 공세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충분히 소통하면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KBS는 46년 전인 1973년 국영에서 공영 체제로 전환했고 그해 3월3일 한국방송공사 창립식을 가졌다.

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KBS 임직원 200여명이 참여했다. 김상근 KBS 이사장과 김영헌 감사, 교섭대표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이경호 본부장, KBS 직능단체 협회장 등도 참석했다.

양 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이번 3·1절 아침 KBS 라디오에 출연한 도올 선생이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3·1운동은 민족 에너지로 해방 이후에도 4·19혁명, 5·18광주와 6월항쟁, 촛불혁명까지 면면히 3·1운동 정신이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창립기념일에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된다”며 “지난 10년의 과거 역주행은 견디기 어려웠다. 정치권력의 노골적 개입으로 언론 자유와 제작 자율성이 위축됐고 파행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 양승동 KBS 사장이 4일 오전 한국방송공사 창립 46주년 기념식에서 “KBS 콘텐츠가 독보적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공영방송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일련의 개혁 작업을 하나하나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4일 오전 한국방송공사 창립 46주년 기념식에서 “KBS 콘텐츠가 독보적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공영방송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일련의 개혁 작업을 하나하나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양 사장은 “취임 이후 국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편성위원회를 정상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더 이상 제작 자율성 침해와 같은 파행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자평한 뒤 “사내 비정규직과 작가, 독립 제작자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비일반직 구성원 223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했고 성평등 조직 문화를 위해 성평등센터를 출범시켰다. 또 과거를 성찰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 진실과미래위원회가 활동하는 등 개혁 작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KBS는 지난 1일 콘텐츠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를 테면 ‘제작2본부’ 신설해 예능 및 드라마 기획·제작 기능과 마케팅·콘텐츠사업 조직을 통합했다. KBS는 “기존보다 제작 조직 자율성을 확대하고 의사 결정 단계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 시청자국을 사장 직속 ‘시청자센터’로 강화하는 등 시청자 권익을 강화한다는 포부다.

양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에 “국민들이 KBS에서 최고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조직이 최적화해야 한다”며 “KBS 신뢰도와 영향력 위기에 대다수 구성원들이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었다. 운용의 묘를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보도 공정성이 위축됐던 과거 KBS를 반성하는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1980년대 오후 9시 정각 뉴스 시작음과 함께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동정을 보도했던 ‘땡전뉴스’, 1987년 6월항쟁 축소·왜곡 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KBS 라디오 주례 연설,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무보도 등 보도 불공정 사례를 열거한 뒤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국민을 기만했던 KBS”라고 자사를 반성했다.

지난해까지 사내 비일반직 사원(자원관리원)이었다가 올해 일반직으로 전환한 고아무개씨는 이날 기념식에서 “지난 30여년 간 수신료 관련 현장을 누볐다”며 “자녀들이 아빠 직업을 물었을 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직원 신분이 아니라 자원관리원 신분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6월 말 정년 퇴직을 하는데 직원 신분으로 명예롭게 퇴직할 기회를 만들어주신 양 사장에게 감사를 전한다. 직장 내 신분 차별을 없애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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