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어린이가 등장하는 동영상의 댓글란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차단이 시작됐는데 차단기준이 불분명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유튜브가 어린이가 나오는 거의 모든 동영상에 댓글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13세 미만 어린이가 등장하는 영상에 댓글 작성을 금지하고, 13세 이상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등장하는 영상의 경우 부적절한 행위를 유발한다고 판단될 경우 댓글란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댓글 차단, 갑자기 왜?

국내 이용자들에게 갑작스러운 소식이지만 유튜브는 소아성애와 관련 논란에 휩싸인 상태였다. 지난달 유튜브에서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체조나 요가 영상에 이용자들이 댓글을 달아 특정 신체부위가 강조되는 시간대의 장면을 링크해 공유하거나 아동 음란물에 링크를 공유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관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이런 영상을 쉽게 찾도록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 유튜브 로고.
▲ 유튜브 로고.

논란이 불거지자 네슬레, AT&T, 에픽게임스 등 광고주가 유튜브에서 광고를 철회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콘텐츠에 자사 광고가 붙는 것을 꺼려서다.

그러자 유튜브는 기존에도 소아성애와 관련한 콘텐츠를 대거 삭제해왔다고 밝히며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에 댓글을 차단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유튜브 상에서 어린이들 안전을 보장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광고가 주된 수익원인 유튜브는 광고주 보이콧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적극 대응해왔다. 2017년 유튜브에서 인종차별, 테러리즘 콘텐츠가 논란이 됐을 때도 광고주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한 심의 강화 등 대책을 발표했다.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될까

국내에서도 댓글 차단이 이어지는데 정확한 기준은 알 수 없다. 유튜버 띠예와 보람튜브의 경우 댓글 차단이 이뤄지는데 뚜아뚜지TV, 어썸하은 등 채널에는 댓글을 달 수 있다.

같은 유튜버라도 콘텐츠에 따라 차단 여부가 갈렸다. 띠예 채널에서 지난달 24일 올린 ‘QnA 답변영상’과 지난달 15일 올린 ‘이모가 사주신 쌀과자와 루피♡’ 영상에는 댓글란이 차단돼 있다. 반면 지난 2일 올린 ‘내가 좋아하는 채소 먹어보기’ 영상에는 댓글을 쓸 수 있다.

▲ 댓글이 차단된 띠예(위)와 차단되지 않은 뚜아뚜지TV 화면 갈무리.
▲ 댓글이 차단된 띠예(위)와 차단되지 않은 뚜아뚜지TV 화면 갈무리.

유튜브가 인식을 잘못해 댓글란을 차단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만화가 주호민씨는 자신이 출연하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댓글이 전면 차단됐다. 그는 SNS를 통해 “아무것도 안 만졌는데 제 유튜브 댓글이 전부 막혀버렸어요”라고 밝혔다.

왜 댓글 차단이 특정 채널에만 도입이 되고, 같은 채널에도 콘텐츠에 따라 도입 여부가 달라지는지 구글코리아에 입장을 물었다. 구글코리아측은 순차적으로 도입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전면 도입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만화가 주호민씨 채널 댓글 차단의 경우 유튜브는 개별 채널에는 원칙상 답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일괄 적용이 힘든 상황이라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 유명 유튜버들은 댓글을 통해 소통하는 기능을 적극 활용해왔는데, 댓글 차단이 채널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댓글란이 막힌 띠예는 “유튜브에서 어린이 보호를 위해서 댓글창을 닫아버렸어요ㅠ 댓글은 커뮤니티에 써주세요~”라며 유튜브 채널 내 게시판과 유사한 커뮤니티란을 통해 소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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