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망명 중인 이집트 언론인과 운동가들이 중동 독재정부와 연이어 친교 맺는 한국 정부를 규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빈 자이드 왕세제가 최근 방한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도 방문시점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나온 문제 제기다.

이집트 국적의 언론인들과 민주화운동가들이 한국에서 만든 중동 평화운동단체 ERA(이집트혁명운동가)는 3일 오후 서울 효자동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가 사우디를 비롯한 독재 정권들과 정상회담 등 친밀한 행보를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2011년 ‘아랍의 봄(아랍권 내 민주화 물결)’ 당시 이집트에서 활동한 운동가와 언론인들로 자신을 소개했다. 2013년 엘시시 장군이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선출된 정부를 뒤집고 권력을 잡은 뒤 이들은 한국에 망명 중이다. 

▲ 재한 이집트 언론인·운동가들의 평화운동단체 ERA는 3일 오후 서울 효자동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방한 추진을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재한 이집트 언론인·운동가들의 평화운동단체 ERA는 3일 오후 서울 효자동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방한 추진을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가 중동 전쟁범죄의 대표주자, 일명 ‘학살자 빈 살만’을 한국에 맞아들인다고 한다. 그는 ‘반-아랍의 봄’ 흐름을 주도했다. 예멘 어린이들의 학살과 언론인 자말 카쇼끄지 암살의 가장 큰 책임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더 심한 것은 한국 정부가 또다른 중동 독재자이자 예멘 전범 후원자 모하메드 빈 자이드 왕세제와 회담도 주최했다. 이집트 정부와도 방한 회담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한국은 촛불혁명을 일으킨 문명국가이자 인권존중하는 국가로 알고 있다. 중동의 독재자들을 모셨다는 데 충격을 받았고, 그 이유를 묻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촛불 대혁명을 이끈 한국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한국 정부가 수치스러운 일을 멈추게 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싸움을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한국어와 영어, 아랍어로 성명을 읽은 뒤 “빈 살만, 빈 자이드는 학살자” “청와대, 부끄러운 줄 알라” “예멘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지 마라” 등 구호를 외쳤다.

▲ 재한 이집트 언론인·운동가들의 평화운동단체 ERA는 3일 오후 서울 효자동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방한 추진을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재한 이집트 언론인·운동가들의 평화운동단체 ERA는 3일 오후 서울 효자동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방한 추진을 규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통합군 부총사령관과 정상회담을 열고 “원전 분야에서 100년을 같이 가자”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모하메드 엘 아사르 이집트 방산장관과 만나 방산협력을 넓히기로 했다. 빈 살만 왕세제는 아시아 순방 마지막 단계로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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