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는 동아미디어그룹 기자들의 활약이 화제였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긴장시켰고, ‘아이돌급’ 외모로 종횡무진 취재 현장을 누벼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지난 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1일자 동아일보 6면(김정은-트럼프 핵담판 결렬)에 실린 기사 중 일부다. 동아일보는 “‘아이돌급 외모’로 인기… 트럼프에 돌직구 질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사 기자들을 자화자찬했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관련 대단한 특종을 해서가 아니다. 길거리에서 취재하는 채널A 기자가 베트남 지역지에도 실리며 화제가 됐다는 것과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트럼프를 긴장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연예 매체에 실릴 법한 이런 기사가 기대했던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유를 종합적으로 해설해야 할 지면에 꼭 들어가야 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동아일보의 기사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일보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당황하며 즉답을 피했을까.
김정안 동아일보 기자는 자신을 “한국에서 온 동아일보·채널A 기자”라고 소개하며 “미국은 북한의 지도자가 어느 시점에 협상 테이블로 와서 우리가 원하는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고 했는데 그러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할 의향이 있는지, 북한의 진전에 보다 압박을 넣을 의향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이미 대북제재는 강하기 때문에 더 강화할 필요는 없을 거로 생각한다. 북한에 주민들이 또 살아야 하지 않냐. 그것도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라며 “북한에 대한 내 태도가 많이 변한 이유는 김 위원장을 더 잘 알게 돼서다. 그래서 사실 그런 제재 강화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동아일보 기사를 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트럼프가 질문 끝나기도 전에 자르며 ‘거기도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타이르듯 답하는 것을 못 봤느냐”며 “돌직구가 아니라 40분의 기자회견 동안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런데 지면 기사로 자사 기자 외모 자랑에 질문을 미화했다”고 지적했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제재를 강화할 생각 없느냐’고 묻는 기자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회담의 진척과 방향에 대해 전혀 공부가 안 된 질문”이라며 “그러나 기자가 그렇게까지 모를 리는 없고 그냥 회사 정치 성향에 맞춘 윗분들 보라는 실적 챙기기 질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