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가 만든 말이 ‘빨갱이’라며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잔재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체제의 의미가 평화협력공동체 경제협력공동체이며 남북관계의 발전으로 동북아 평화로 확장시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경축식 ‘함께 만든 100년 함께 나갈 미래’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경복궁에서부터 국민대표 33인과 큰 태극기를 펼쳐들고 행진하면서 광화문광장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3·1운동 당일 민족대표 33인 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하나돼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담배를 끊어 저축하고, 금은 비녀와 가락지를 내놓고, 심지어 머리카락을 잘라 팔며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던 노동자와 농민, 부녀자, 군인, 인력거꾼, 기생, 백정, 머슴, 영세 상인, 학생, 승려 등 우리의 장삼이사들이 3·1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우리는 왕조와 식민지의 백성에서 공화국의 국민으로 태어났다”며 “독립과 해방을 넘어 민주공화국을 위한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만세시위는 3월1일부터 두 달간 220개 시군 가운데 211개 시군으로 퍼졌고 당시 한반도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202만여명이 참여했다. 7500여명의 조선인이 살해됐고 1만6000여명이 부상당했다. 체포·구금된 수는 무려 4만6000여명에 달했다. 평안남도 맹산에 주민 54명이, 경기 화성이 제암리에서 29명이 일본경찰에 끔찍한 학살을 당했다. 반대로 조선인의 공격으로 사망한 일본 민간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1 독립운동의 첫 열매가 민주공화국의 뿌리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임시정부 헌장 1조에 3.1 독립운동의 뜻을 담아 ‘민주공화제’를 새겼다”며 “세계 역사상 헌법에 민주공화국을 명시한 첫 사례였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대한민국을 짓눌러온 것은 친일 잔재였다는 점도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다. 잘못된 과거를 성찰할 때 우리는 함께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후손들이 떳떳할 길이다. 민족정기확립은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역설했다.

친일을 거론하는 이유를 두고 문 대통령은 이제와서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 분열을 일으키자는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친일잔재 청산’과 관련해 “친일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할 일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이 단순한 진실이 정의이고,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 공정한 나라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친일청산의 대표 이유는 일제가 만든 뿌리깊은 해악의 잔재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돼 희생됐고 가족과 유족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고 서술했다.

그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을 사용하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린다”며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라고 밝혔다.

이런 잔재가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이며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에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된다”며 “새로운 100년은 그때에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촬영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촬영
한반도 평화, 신한반도 체제 : 남북관계→동북아평화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노력을 회상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7월, 베를린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을 발표할 때, 평화는 너무 멀리 있어 잡을 수 없을 것 같았으나 기회가 왔을 때 뛰어나가 평화를 붙잡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번영을 약속한 순간을 떠올렸다.

전날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도출 실패를 두고 문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도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진전이었다”며 “두 정상 사이에 연락 사무소의 설치까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 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며 ‘신한반도체제’를 우리가 주도하는 100년의 질서라고 표현했다. ‘신한반도체제’가 △대립과 갈등을 끝낸,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이며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는 뜻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북일관계 정상화로 연결되고,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안보 질서로 확장될 것”이라며 “3.1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신한반도체제’를 일궈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기미독립선언서’의 의미를 두고 3·1독립운동이 배타적 감정이 아니라 전 인류의 공존공생을 위한 것이며 동양평화와 세계평화로 가는 길이라 선언한 점을 두고 문 대통령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우리의 정신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역사를 거울삼아 한국과 일본이 굳건히 손잡을 때 평화의 시대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힘을 모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의 추가 서훈을 두고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유관순 열사는 아우내 장터의 만세시위를 주도했고, 서대문형무소 안에 갇혀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3·1 독립운동 1주년 만세운동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큰 공적은 ‘유관순’이라는 이름만으로 3·1 독립운동을 잊지 않게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0년의 역사는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걸 증명했다. 앞으로 100년은 국민의 성장이 곧 국가의 성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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