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난민인정자 이스마일씨가 처음 한국에 도착한 뒤 난민으로 지내며 경험한 소회를 밝혔다. 이스마일씨는 주변 한국인들이 난민을 대하는 시선이 언론 보도에 따라 달라졌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스마일씨와 UN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배우인 정우성씨,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 등이 자리했다.

이스마일씨는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한 2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스마일씨는 “우리가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사람들은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런데 언론이 제주 난민을 이슈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고 했다. 언론에서 말하는 난민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흘러 지금은 다시 환영하는 얼굴이 됐지만, 아직 인종차별이 남아 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이스마일씨는 “한국에 머무르는 많은 난민들이 현재 일터에서 힘든 상황을 맞는다”고도 설명했다. “난민 지위를 받고 나서도 한국 노동법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계약을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난민들이 모이면 어떻게 한국사회와 문화에 어떻게 섞일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 예멘 출신 난민인정자 이스마일씨가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주최한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예멘 출신 난민인정자 이스마일씨가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주최한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토크콘서트에선 언론이 확산한 난민혐오는 한층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아 대표는 난민혐오 관점을 지닌 지인을 어떻게 설득할지 묻는 청중 질문에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난민혐오를 야기하는 부분이 커 일상에서 난민혐오를 반대로 설득하기가 어렵다”며 “개인이 언론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듣고 어떻게 생각을 구성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거 메르스 사태 때는 ‘난민’하면 ‘흑형’을 떠올렸는데, 지금은 예멘 난민이 이슈화되자 ‘여성을 겁탈할 난민 남성’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어떤 정보를 듣고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물으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배우이자 UN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씨가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주최한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배우이자 UN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씨가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주최한 ‘우리 곁의 난민’ 토크콘서트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UN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씨는 난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와 여당의 의무를 강조했다. 정우성씨는 “한국이 가입한 유엔난민협약과 국내 난민법을 역행할 수 없는 게 명백하다면, 정부여당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지금까진 그 노력이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난민심사기준을 높이고 난민신청자의 행정소송 제기 기간은 줄이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 난민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정씨는 “힘없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만 난민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중 누구라도 내전이 나고, 박해 위협이 생기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고, 난민이 될 수 있다”며 “(정부 여당이) 난민이 어떤 사람들이며 국가가 어떤 절차로 이들을 수용하고 보호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국격에 맞는 책무를 국민에 침착하고 꾸준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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