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난 25일 조선일보·TV조선 관계자들을 대거 검찰에 고발했다. 사주 일가 갑질, 기사·재판 거래 의혹 등 최근 조선미디어그룹 주요 인사들에게 불거진 비위 의혹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27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앞부분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비위 의혹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11월 방 전 대표 일가의 사택 기사에 대한 자녀 폭언 논란에서 드러난 횡령·배임 의혹에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시 정리하면 디지틀조선일보 등기이사인 방 전 대표가 디지틀조선일보의 재산과 비용을 사적으로 전용해 운전기사를 개인 심부름꾼으로 악용했고 이는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횡령한 불법·부당 행위라는 것. 

지난해 10월 방 전 대표 가족에게 심한 폭언을 듣고 해고된 사택 기사 김아무개씨뿐 아니라 그전에 일했던 사택 기사들도 방 전 대표가 등기이사로 있는 디지틀조선일보에서 급여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tbs교통방송 사옥에서 만난 안 소장은 “일반 대기업도 이렇게까지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다”며 “회사(디지틀조선일보)가 조선미디어그룹 사주 일가의 개인 기사를 회삿돈으로 고용했다. 이를 방정오 대표가 주도했다면 횡령이고 직원들이 했다면 배임에 해당한다. 일반 대기업들은 형식적으로 은폐라도 하는데 조선미디어그룹은 회사 공고로 사택 기사를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안팎으로 얼마나 견제가 없었으면, 얼마나 무소불위였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법을 위반할까 싶었다”며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었지만 여전히 신문시장에서 1등이고 방송사도 갖고 있는 미디어그룹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 재벌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아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조선미디어그룹 인사들이 연루된 기사·재판 거래 의혹 수사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KBS는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 청탁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언론에서 지목한 전직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는 의혹을 부인했다. 동국제강은 18억원 상당의 TV조선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는 특수 관계인이다. 아울러 장 회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조선일보 현직 간부들이 대기업과 ‘로비스트’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부터 청탁과 금품 등을 받고 기사를 거래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소장은 조선일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더 이상 언론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과거 정권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권력 기구가 됐다. 사주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비리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특히 ‘박수환 문자’에서 드러난 조선일보 간부들의 음습한 기사 거래는 조선일보 스스로 경제적 특혜와 뇌물을 바라는 특권집단이라는 걸 보여준 사건이다. 부당한 금품을 받아 업무에 반하는 일을 했다. 배임수재와 업무방해죄 혐의가 짙다”며 “이번 고발장에도 관련 내용이 있지만 뜻있는 법률전문가들과 함께 추가 고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일가의 불법적 그린벨트 묘지 조성 의혹 등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소장은 “조선일보 논조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논조 문제는 사회적 토론을 통해 우리 시민사회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언론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고 사회적으로 큰 책임을 갖고 있다. 공공성이 무너진 언론사에 이제라도 제대로 된 책임을 묻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조 등 기존 언론단체에 언론 문제의 모든 걸 해결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며 “언론사가 한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면 시민들 스스로가 이를 인식하고 고발에 나서야 한다. 민사소송이라도 해야 재벌 언론이 움찔한다. 집요하게 기자 실명을 공개하고 비판해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조선일보 내부에서 학을 뗄 정도로 물고 늘어질 생각”이라며 “그들은 영향력과 책임을 갖고 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언론사가 저지른 범죄가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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