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과 사상 첫 만찬회동에서 “흥미로운 대화” “깜짝 놀랄”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28일에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 핵심 의제를 놓고 본격 협상에 나선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저녁 8시28분(한국시각)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환담한 뒤 20~30분간 단독회담에 이어 9시10분께부터 10시40분분까지 90분가량 호텔 1층 베란다룸에서 친교만찬(social dinner)을 가졌다.

단독회담을 마치고 만찬 시작 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저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고 밝혔다. 만찬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20분 정도 대화 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가 나눈 말씀을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내일 굉장히 바쁜 일정이 많이 기다린다. 오늘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내일 아주 진지하게 회담할 예정이다. 아주 성공적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만찬 자리에는 북한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다.

특히 만찬 배석이 예상됐던 김여정 부부장 대신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하자 핵문제와 전후사정을 자세히 파악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장은 그동안 비핵화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이에 이날 만찬에선 비핵화 논의를 나눴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미 정상간 만찬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을 친구라고 표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260일 만에 또다시 이런 훌륭한 회담, 훌륭한 상봉이 마련된 것은 각하의 남다른 통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신과 오해의 적대적인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린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고 다시 마주 걸어서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걸어왔다”고 평가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1층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SBS 뉴스영상 촬영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1층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SBS 뉴스영상 촬영
베트남 하노이에 가서 이날 두 정상의 첫 일정을 지켜본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날 밤 KBS ‘오늘밤 김제동’과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차분했다. 굉장히 편안했고, 친구라는 표현도 나왔지만 여유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두 정상의 결이 좀 달랐다면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잘될 것이라고 했다. 성공이라는 것이 준비돼 있는 모습인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절박하고 애절했다. 시적인 표현도 썼다. ‘불신과 오해 가운데 고민과 인내를 통해 왔다’고 표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신뢰를 의심치 않지만, 주변에는 어려움 있었고, 지난해 회담 이후 진전보다는 교착상황이어서 자신은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이뤄야 한다고 느꼈다. 훨씬 적극 정상회담을 요청하면서 타임라인을 제시한 것은 북한이었다. 그만큼 절박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회담 전망을 두고 “최소한의 성공은 합의가 돼 있겠지만, 마지막 결심은 남아있다”면서 “영변핵과 제재완화가 들어갈 것 같으나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느냐, 나오더라도 시간표와 함께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외신들 반응을 두고 김 교수는 “미국 기자들이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라 할 만한 분위기를 느꼈다”며 “트럼프가 페이크 뉴스라면서 주류 언론을 무시하고 정보를 잘 안 줘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28일 본격 회담에 나선다. 이날 오전 단독 정상회담 후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 확대 정상회담, 공동성명 서명식, 트럼프 기자회견 등이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