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목차

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과제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 초등학교
③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중학교
④ 유튜브 리터러시 어떻게 할 것인가
⑤ 유튜브 리터러시 교·강사 인터뷰
⑥ 알고리즘 리터러시와 기업의 역할
⑦ 언론과 미디어 리터러시
⑧ 시민사회와 미디어 리터러시
⑨ 노인과 디지털 리터러시
⑩ 한국 미디어 교육의 과제

“이렇게 자극적 제목을 쓰는 건 ‘어그로’라고 해요. 내용은 별 게 없어요.” 어그로는 게임에서 적의 주의를 끄는 역할을 하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지난해 12월3일 인천 구산중학교 뉴스 리터러시 수업 현장에는 교사가 아닌 학생이 교단에 서 있었다. 구산중 청소년 저널리즘 동아리 소속 3학년 학생들이 2학년 후배들 앞에서 시범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뉴스 하면 무엇이 생각나요?” 교단에 선 3학년 김유진 학생이 물었다. “JTBC”라는 답이 가장 먼저 나왔다. 뒤이어 지상파3사 이름이 이어졌다. “손석희” “연예” 라는 답도 나왔다. 다른 언론사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김유진 학생은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사나 이익에 대해 최근 소식을 알려주는 것을 뉴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은 온라인 미디어 환경 중심이었다. 김유진 학생은 지난해 논란이 된 건대입구역 240번 버스 논란을 다룬 영상을 틀었다. 모녀가 탄 버스에서 아이만 내렸는데 운전기사가 갑자기 출발했고 차를 세워달라는 어머니에게 욕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커뮤니티 글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사람들은 버스 기사가 몰상식하다며 분노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아이가 버스에서 내렸으나 어머니가 뒤늦게 알아차린 게 발단이었다. 욕설도 없었다. 뒤늦게 진상이 드러났지만 운전기사는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은 뒤였다. 영상을 본 아이들은 “잘못된 뉴스로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 구산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김유진 학생이 강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구산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김유진 학생이 강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어 포털 실시간 검색어 화면이 떴다. ‘송민호’ ‘하시모토 칸나’ ‘멜론 뮤직어워드’ 등의 키워드가 보였다. “실검 보는 사람 손?” 김유진 학생이 묻자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실검 다들 아시죠? 네이버에는 실검도 있고 연령대별로 랭킹 뉴스가 뜨죠. 대체로 여러분이 주목해서 보는 내용인데요. 이런 흥미 위주의 뉴스도 좋지만 정치뉴스도 보셔야 돼요. 다양한 뉴스를 보고 뉴스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사회가 건강해지고, 그 사회에 속한 우리도 건강해질 수 있어요.”

3학년 조유나 학생은 ‘너 그거 들었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뉴스가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라고 묻자 “안 좋아요” “정보를 쉽게 알 수 없어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없어요” “사회가 혼란해져요”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몰라요”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요” 같은 답이 쏟아졌다.

조유나 학생은 뉴스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소통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언론은 여론형성을 한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죠?”라고 질문하자 “댓글이요” “표정을 줄 수 있어요” 라는 답이 나왔다. “맞아요. ‘베댓’이라고 하죠. 우리는 댓글과 표정으로 공감하며 여론을 만들 수 있어요. 이 댓글은 2340명이 공감하면서 지지를 보냈어요. 하나의 여론을 만든 거죠.” 조유나 학생이 부연했다.

▲ 구산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조유나 학생이 강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구산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조유나 학생이 강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저널리즘 동아리 담당 주민정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이해해서 또래의 시선으로 알려주는 교육이 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유나 학생 역시 “선생님이 가르쳐준 걸 그대로 외우려고 하는데 직접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이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배움을 주는 공부방식이다.

이들이 소속된 저널리즘 동아리는 시사 이슈를 다룬 신문을 스크랩해 이슈를 공부하고 포털 뉴스 환경, 가짜뉴스 등을 교육받고 토론한다. 축제 때는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도 했다.

동아리 활동 중인 김유진 학생은 기자를 꿈꾼다. “공부해보니 생각하는 것과 현실이 너무 달랐다. 뉴스가 정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일이 많아서 놀랐고, 친구들에게 뉴스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유나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뉴스가 숨기려 하는 사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 구산중 저널리즘 동아리 활동. 사진=주민정 교사 제공.
▲ 구산중 저널리즘 동아리 활동. 사진=주민정 교사 제공.

주민정 교사는 도덕을 가르치면서 미디어 교육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도덕 교과를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와 연결해 고민하게 됐다. 학생들은 사회를 직접 접하지 못하고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니 미디어 이해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주 교사는 “뉴스를 고민하는 교육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맹목적으로 보지 않고 분별력 있게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까지 고민하면 능동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반드시 미디어 교육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현장 섭외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