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목차

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과제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 초등학교
③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중학교
④ 유튜브 리터러시 어떻게 할 것인가
⑤ 유튜브 리터러시 교·강사 인터뷰
⑥ 알고리즘 리터러시와 기업의 역할
⑦ 언론과 미디어 리터러시
⑧ 시민사회와 미디어 리터러시
⑨ 노인과 디지털 리터러시
⑩ 한국 미디어 교육의 과제

과자 봉지들을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이 화면에 떴다. 2016년 조선비즈 기사에 나온 사진이다. 절반도 채우지 못한 내용물이 보였다. “여러분 질문, 이 사진을 왜 찍었을까요?” 강용철 서울 경희여중 교사가 물었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주잖아요.” “과대포장이 문제가 되기에 그 이슈를 전하고자 한 것 같아요.” “맞아요. 사진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고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질문을 던져야 해요.”

강용철 교사는 국어시간을 활용해 중학생 대상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한다. 그가 진행하는 수업의 특징은 ‘동기유발’에 있다. 주입식으로 개념을 설명하는 교육은 학생들이 따분해하기 쉽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단계가 관건이다. ‘많이 보는 뉴스 필요한 뉴스’ 교육은 ‘경성뉴스’와 ‘연성뉴스’의 개념을 설명하고 ‘경성뉴스’의 중요성을 알리는 메시지가 핵심이지만 직설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 지난해 12월26일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 현장. 사진=김현정 PD.
▲ 지난해 12월26일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 현장. 사진=김현정 PD.

“‘정기국회 개회 vs 충격! 가수 XXX 결혼’ 두 뉴스 중 여러분이 보고 싶은 뉴스는?” 강용철 교사가 퀴즈쇼 진행자와 같은 과장되고 긴박한 말투로 물었다. 22명의 학생 중 2명만이 정기국회 개회 기사를 보겠다고 했다.

“여러분 스마트폰을 켜고 관심 있는 뉴스를 편하게 봅시다. 출발!” 학생들이 앞 다퉈 교실 뒤쪽으로 향했다. 잠긴 함이 열리자 스마트폰들이 나왔다. 각자 스마트폰을 꺼내 포털사이트를 켜 뉴스를 읽었다. 그 사이 칠판에 정치, 스포츠, 사회, 국제, 연예, 경제, 문화, 생활정보라고 쓰인 팻말이 붙었다. “이제 여러분이 본 뉴스가 뭔지 알려주세요!” 학생들이 각자 자신이 본 뉴스 가운데 기억에 남는 내용을 포스트잇에 쓴 다음 해당 팻말 아래 붙였다. ‘연예’에는 ‘SBS 가요대전 화사 의상 또 화제’ ‘달려라 방탄’ ‘음주운전 무면허 사고’ ‘SKY캐슬 인기’ 등 포스트잇이 많이 붙었지만 정치와 사회 분야는 썰렁했다.

“보통 연예, 스포츠를 연성뉴스라고 하고 정치나 경제는 경성뉴스라고 해요. 스포츠, 연예 기사를 보는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음식으로 따지면 편식을 하게 되는 문제가 있어요. 성숙한 시민으로 살려면 필요한 뉴스, 다양한 뉴스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경성뉴스라고 무조건 좋은 뉴스일까? 화면에 한 경제 기사가 떴다. “XX자동차그룹 XX카 지원 받은 저소득층 ‘소득 늘었어요’”라는 제목이다. “이건 뉴스 같아요, 광고 같아요? 형식은 뉴스인데 내용을 잘 보면 기업이 착한 일을 했다는 것만 알려주고 있죠.” 강용철 교사는 광고와 다를 바 없는 기사를 검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홍보 목적을 갖고 있나요’ ‘장점에만 치우친 정보를 제공하나요’ ‘특정한 기업 회사 상품과 상표를 홍보하고 있나요’ 등이다. “이런 게 보인다면 진짜 뉴스인지 생각을 다시 해야 합니다.”

▲ 지난해 12월26일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 현장. 사진=박서연 기자.
▲ 지난해 12월26일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 현장. 사진=박서연 기자.

다음은 ‘가짜뉴스’ 검증 수업이다. 강용철 교사가 포털 모바일 메인화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담긴 종이를 배포했다. 모둠별로 곳곳에 숨겨진 ‘가짜뉴스’를 찾는 과제가 주어졌다. “EBS 랩으로 설명하는 강사 등장 강용철” 같은 기사는 쉽게 골라낼 수 있었지만 “전국 중학교 두발 복장 전면 자율 파마염색” 기사처럼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경우 알아맞히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출처 확인’ ‘취재원 확인’ 등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설명하며 수업을 마쳤다.

학생들은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최주형 학생은 “모두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이번 학기 동안 배운 교육을 통해 뉴스를 신중하게 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가 기사 클릭을 할수록 낚시성 뉴스를 쓴 사람들이 더 좋아하기면서 더 많은 기사를 쓰게 돼 클릭을 자제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가일 학생은 “낚시성 뉴스와 가짜뉴스에 속거나 속은 걸 본 적 있다. 기사 제목에 연예인들이 입맞춤한다고 해서 눌러보니 같은 애니메이션 더빙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팥빙수 가게에서 한 그릇 가격에 두 개를 준다는 광고 이미지를 보고 가게에 갔는데 가짜였다”고 했다. 그는 언론인들을 향해 “진짜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뉴스를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현장 섭외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미디어 위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인터뷰] 강용철 교사, “교육자료 많지만 눈높이 맞춘 설계 어려워, 새 매체에 눈과 귀 열어야”

▲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 사진=김현정 PD.
▲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 사진=김현정 PD.

-교육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국어에 ‘매체’ 단원이 있어서 국어 교과에 연계한다. 수업은 ‘뉴스 사진 파고들기’ ‘많이 보는 뉴스와 필요한 뉴스’ ‘낚시성 뉴스 낚아보기’ ‘가짜뉴스에 속지 않기’ 등을 가르친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진도가 마무리됐을 때 집중해서 하는 편이다.”

-기성 세대가 쓰는 미디어와 아이들이 쓰는 미디어가 다를 텐데, 괴리가 느껴지지 않나.

“어른들이 아이들이 쓰는 미디어에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또 다른 미디어에 손을 뻗는다. 그래서 교사들이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계속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본인이 쓰는 미디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교육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미디어와 관련한 선행연구와 학습자료가 꽤 있다. 그러나 아이들 눈높이와 실제 수업 환경에 맞춰 다시 설계하는 일이 어렵다. 이 과정에서 자칫하면 딱딱하게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재미있는 내용만 전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갖는 동료 교사들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준비한 내용을 보여주기 전에 이게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또 수준에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 내가 수업 때 동기유발 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미디어의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의 균형도 맞춰야 한다. 가짜뉴스 등 언론의 부정적인 뉴스가 많이 드러나는데 저널리즘의 특징과 장점에 대한 긍정적인 수업도 필요하다.”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

“성찰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있어 뿌듯하다. 낚시성 뉴스, 연성뉴스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자신의 미디어 소비 습관을 돌아봤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자신이 댓글에 나온 생각을 관성적으로 따라간 점을 반성한 경우도 있어 놀라웠다.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좋은 교육이 없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희망을 느낀다.”

-교육의 특성상 당장 효과를 내기 힘들지 않나.

“교육의 효과는 약효와는 달라서 바로바로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누적될 필요가 있다. 지금 하는 미디어 교육도 당장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적되면 미디어를 보는 안목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 즉각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미디어에 파묻혀 사는 아이들이 미디어 위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꾸준한 마라톤과 같은 교육 필요하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건의할 점은.

“누가 언제 가르치냐가 관건이다. 현행 정규교과에 결합하기에는 진도를 고려할 때 무리가 따른다. 관련한 법적·행정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는 미디어 교육 진흥과 관련한 법규가 많은데 한국은 추상적이거나 법안은 있지만 계류돼 있어 어려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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