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열차편을 이용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현지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흡연하는 모습, 경호팀의 움직임, 머리 모양 등 흥미위주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느린 열차 때문에 중국인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측면이 강조된 보도도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협상내용 등 본질과 맥락에 맞는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온라인 기사 ‘담배 문 김정은, 재떨이 두 손 받쳐든 김여정’에서 “이날 새벽 5시30분(현지시각 새벽 3시 30분)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가 중국 남부 난닝역에 정차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플랫폼에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일본 JNN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JNN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는 동안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두 손으로 재떨이를 공손하게 받쳐든 모습도 보였다며 김 위원장이 숨을 크게 내쉬고 눈가를 두손으로 비비는 장면도 포착됐다고 썼다.

국민일보 같은날짜 온라인 기사 ‘김정은, 열차 세우고 흡연… 두 손으로 재떨이 든 김여정’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던 평양발 특별열차에서 잠시 내려 담배를 피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애연가로 알려졌다”고 썼다. 이 신문은 일본 TBS방송이 26일 중국 난닝시의 한 기차역에서 촬영한 김 위원장과 일행의 휴식 장면을 방영했다며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두 손으로 재떨이를 들고 김 위원장의 꽁초를 받았다고 썼다. YTN도 이날 오후 이 영상을 방송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동당역에서 내린 뒤 포마드로 앞머리를 뒤로 넘긴 모습도 보도됐다. 연합뉴스는 26일 오전 ‘김정은, 열차로 66시간만에 베트남 도착…전용차로 하노이行’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출발했을 당시 입었던 검은색 모직 코트를 벗은 채 인민복 차림이었으며, 내렸던 앞머리도 포마드를 이용해 뒤로 넘겼다”고 썼다.

▲ 도쿄방송이 26일 방송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흡연하는 모습과 김여정 부부장이 재떨이를 가져다 주는 장면. 사진=TBS JNN 영상 갈무리
▲ 도쿄방송이 26일 방송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흡연하는 모습과 김여정 부부장이 재떨이를 가져다 주는 장면. 사진=TBS JNN 영상 갈무리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방탄 경호단도 집중 보도했다. MBC는 2분26초짜리 온라인 영상뉴스 ‘김정은 방탄 경호단...오늘도 뛴다’에서 김정은 전용차가 동당역을 출발할 때 경호단이 일부 거리를 뛰어가다 멈추고 뒤에 오는 차량에 일제히 탑승하고 함께 뛰어가는 장면만 따로 구성해 올렸다. MBC는 “김 위원장의 ‘방탄 경호단’은 오늘도 예외 없이 김 위원장의 차량을 에워싸고 달렸습니다”라고 전했다. YTN도 ‘김정은 호위무사 ‘방탄 경호단’ 철통 방어 눈길’ 리포트에서 “김 위원장이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방탄 경호단은 어김없이 ‘인간 방패’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쿠키뉴스, 서울신문도 온라인에 기사를 실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편을 이용해 중국의 철도를 관통해 이동하다보니 생기는 중국인민들의 불편을 강조하는 보도도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 26일자 4면 ‘시속 67㎞ 느릿느릿 김정은 열차에… 중국인들 부글부글’에서 김정은의 열차 평균 시속이 중국 고속철의 5분의 1 수준인 66.8㎞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나는 길목마다 기존 중국 열차들은 무더기 운행 취소 사태가 빚어졌다고 썼다. 조선은 전체 여정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만명이 직간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 네티즌이 “세계의 악인(김정은을 지칭)이 강대한 중국 땅 위를 기어다니고 있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한국일보는 지난 24일자 기사에서 불편과 불만을 감수한 이유를 두고 “철도를 통한 대륙 연결에 대한 북중의 의기투합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26일자 1면 ‘김한솔 보호단체 “이번주 중대발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후 그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단체 ‘천리마 민방위’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에 중대한 발표가 있겠다’고 예고했다”고 썼다. 조선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금주 후반,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주는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김한솔의 육성 증언이나, 다른 고위급 북한 망명 인사가 전격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내용이 불확실한 내용을 추정한 기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평화체제 구축에 역사적 전환점을 앞두고 지나치게 이벤트나 가십거리로 만들고 선정적 보도하는 건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비핵화 개념정리도 필요하다. 빅딜·스몰딜 같은 주관적 용어도 자제해야 한다. 비핵화는 실패한다는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보도도 부적절하다. 객관적인 협상 분석에 치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MBC가 26일 보도한 영상뉴스 '[핵심영상] 김정은 방탄 경호단..."오늘도 뛴다"'
▲ MBC가 26일 보도한 영상뉴스 '[핵심영상] 김정은 방탄 경호단..."오늘도 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