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인 2009년에 대학에서 마지막 두 학기를 보냈다. 입학할 때는 한 학기 300만원대 중반의 등록금이 졸업을 앞두고는 500만원에 육박했다. 이미 10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두 학기 수업료를 더 대출 받았다. 고맙게도 한국장학재단은 생활비로 100만원까지 학자금과 동일한 금리(5.9%)로 대출을 해줬다. 

마지막 학기에 이미 2000만원이 넘는 채무자로서 매달 이자가 10만원 넘게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라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내린 기준금리는 2%에 불과했는데도 ‘내 금리는 학생이라 높은 건가’라는 의문을 품으며 아르바이트로 이자를 물었다.

졸업하고 운 좋게 바로 취업했다. 만일 취직하지 못했으면 학자금 이자를 내느라 알바를 전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랬다면 취업 준비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011년 7월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2012년 반값등록금 예산 미반영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011년 7월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2012년 반값등록금 예산 미반영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다행히 학자금 대출이자는 뒤늦게 의제화됐다. 2010년부터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단체가 조직되기 시작했고 젊은 층의 민심이반을 감지한 이명박 정부가 학자금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취업 후 상환제도를 도입했다. 2014년엔 기대출자도 저금리로 갈아타는 정책이 시행됐다.

얼마 전 학자금 대출을 완전 변제하면서 왜 청년 의제가 적시에 공론화되지 않을까 고민한 적 있다. 정치권에서 청년세대를 대변할 정치인이 없어서일까. 올해를 기준으로 20대 국회에서 나이가 20대인 국회의원은 전무하고 30대도 김수민(바른미래당), 신보라(자유한국당)뿐이다. 프랑스에는 30대였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국회에도 2030세대가 100명이 넘는다.

2000년대 후반부터 ‘88만원 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은 ‘청춘콘서트’라는 강연회를 통해 대선 후보가 되며 청년 담론이 부각됐지만 제도권에서 청년은 여전히 대표되지 않고 마찬가지로 청년 의제가 공론화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 와중에 최근 들어 ‘청년’이란 단어를 뉴스에서 발견하는 빈도가 늘었다.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여권 정치인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20대 남성의 낮은 지지율이란 사안은 청년의 현황을 살피는 보도로 이어지기보단 정부·여당을 공격하거나 이를 반박하는 정치적 논란으로 소모됐다.

지난주엔 서울시가 20대에게 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LAB2050이 제안한 정책 실험)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이를 다룬 많은 보도에서 ‘그 수당으로 청년들이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쌀 직불금, 기초연금, 생계급여, 아동수당 등 어느 현금성 복지에도 제기되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현금성 복지란 기본적으로 수혜자 자율에 맡기는 정책으로 나름의 장단점이 있지만 청년들에게만 유독 유흥비 사용 우려가 제기된다. 왜 그럴까. 우연히 명확한 답변을 발견했다. 청년미디어 ‘미스핏츠’의 이수련 대표는 청년자치정부준비단과 인터뷰에서 “미디어에서 청년이 다뤄지는 방식은 두 가지”라며 “불쌍하거나, 괘씸하거나”라고 밝혔다. 

▲ 윤형중 LAB2050 연구원.
▲ 윤형중 LAB2050 연구원.
청년세대를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 언론이 청년을 다루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20대 남성의 현 정부 지지율이라는 사안만 봐도 그렇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중요한 사회 지표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지표는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다.

LAB2050이 지난해 10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25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43.4%가 ‘남성만 차별받는다’고 답했고 20대 여성의 56.5%가 ‘여성만 차별받는다’고 답했다.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여성만 차별받는다’고 답변한 비중이 높은 반면에 남성은 고연령대일수록 남성보단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대답했다.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다른 설문 답변에서 드러난다. 나는 창의적인가라는 답변에서 가장 낮은 수치가 나온 연령대가 25~29세였다.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로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청년의 목소리가 표출된 이들 통계에 온도를 입히는 보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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