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용마 MBC기자 병문안에 나섰다. 대통령이 이용마 기자를 찾아가면서 자연스럽게 3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용마 기자 병문안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권주자였던 2016년 12월16일, 비공식 일정으로 경기도 남양주 인근 요양원에서 암 투병 중이던 이 기자를 찾아갔다.

문 대통령은 이 무렵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현실이 참담하다며 지배구조개선을 비롯해 언론탄압에 나섰던 간부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7일 대통령의 두 번째 병문안은 2년2개월 전 약속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로,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당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해 적극적인 입법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용마 MBC기자를 만나 이 기자의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이용마 기자 페이스북
▲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용마 MBC기자를 만나 이 기자의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이용마 기자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당시에도 이용마 기자를 만났다. 2016년 당시 문 대통령은 이 기자에게 “2012년 MBC파업 농성현장을 방문해 전원 복직 약속도 드렸는데 그 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 기자가 고생하고 계신다”며 이용마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문 대통령은 “촛불민심에는 언론탄압세력에 대한 청산 요구도 담겨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을 가리켜 “우리가 정권을 교체해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무렵 문 대통령은 국가대청소 6대 과제 중 하나로 언론개혁을 꼽았다. 그러나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여전히 박근혜정부 시절 그대로다.

이용마 기자는 지난 17일 대통령과의 만남을 두고 “대통령의 집단지성에 관한 신뢰도도 높다. 방송사 사장 선임과정에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국민대표단을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 찬성했다. 다만 법제화가 걸림돌이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이 기자를 찾아간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의미가 컸다”고 전한 뒤“공론화위원회 방식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 공감하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며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참여민주주의를 통한 결정방식에 대한 대통령의 선호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3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안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내 더불어민주당 안이 수정됐다. 여야추천 7대6 이사회 구조에 사장 선임 시 3분의2 이상 이사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기존 박홍근 의원 대표발의안에서 사장선임 시 특별다수제가 아닌 국민평가단의 의견을 60% 반영하는 국민참여안이 수정·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공론화위원회 방식으로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셈이 된다. 물론 현재까지 공식 당론은 박홍근 의원안이다.

▲ 서울 여의도 KBS사옥.
▲ 서울 여의도 KBS사옥.
▲ 서울 상암동 MBC사옥.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이 같은 변화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는 “언론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요구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의중도 일부 반영된 것 같다.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입법 과정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이 같은 변화가 기존 안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임기 첫해였던 2017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느 쪽으로도 비토를 받지 않은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되지 않겠느냐.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특별다수제만으로 훌륭한 사장 선임을 보장할 수 없다”(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주장이 나오고 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에서도 ‘촛불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개정안이 필요하다며 박홍근 의원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대통령 입장에 힘이 실렸다.

▲ 2017년 3월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성민 MBC PD 페이스북
▲ 2017년 3월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성민 MBC PD 페이스북
그러나 국민참여안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새누리당 시절 반대해왔던 박홍근안에 찬성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특별다수제 사장선임 국면에서 자신들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판단에 자유한국당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김성수 민주당 의원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이번 수정안을 도출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내에서도 ‘박홍근의원안으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용마 기자 병문안을 통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는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다시금 드러났다. 때문에 지금은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여당 의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비춰진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안과 관련해 “민주당의 당론과 대통령안이 배치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여전히 공영방송 이사 선임 추천권이라는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5월 방송법 개정안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1.7%는 ‘관례였던 정당 추천 방식을 폐지하고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모두 기존 관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용마 기자 병문안을 두 번 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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