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억원을 횡령한 남상현 전 대전일보 사장이 유죄 확정 직전 부회장이 되고 지금까지 임원 직위를 유지해 그의 거취를 둘러싼 비판이 지역에서 나온다. 남 부회장은 남재두 대전일보 회장의 딸이자 대주주 남정호씨와 남매 관계다.

대전일보사는 지난 8일 남상현(46) 전 대표이사 겸 발행인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남 부회장의 횡령 사건 대법원 선고가 나기 불과 5일 전이다. 남 부회장은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돼 3심에서 유죄 확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다.

대법원이 지난 13일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남 부회장 횡령 사건은 유죄로 종결됐다. 남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종 인정된 횡령액은 1억150만원에 달한다.

▲ 2월11일 대전일보 1면 기사.
▲ 2월11일 대전일보 1면 기사.

갑작스런 인사에 사내에선 사규를 우회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전일보는 사규로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인사는 대표이사 및 발행인을 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대전일보 주주가 남 부회장의 실형을 예상하고 미리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대전일보 주식 70%는 남 부회장과 남매관계인 남정호씨가, 12%는 아버지 남재두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횡령액 1억여원 중 8500만원이 ‘어머니에게 송금한 돈’이다. 법정에서 확인된 횟수만 2011년 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28회로, 1회당 대부분 300만원 가량 입금됐다. 남 부회장은 2008년 9월부터 이사 겸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했고 2011년 4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어머니 소아무개씨는 대전일보 상근 임직원이 아니었다.

나머지 1600만원 가량은 변호사 수임료다. 법원은 대전일보가 수임료를 대줄 이유가 없는 뇌물사건 피고인에게 수임료를 대납해줘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봤다. 2012년 모 광고대행업체가 대전일보 계좌로 1억원을 입금시킨 사실이 드러났고 신수용 당시 전 사장이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전일보로썬 신 전 사장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변호사 수임료를 대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전일보는 신 전 사장 사건 재판·수사 대응에 총 1억8250만원을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지급했다. 1심은 이 중 8250만원을 횡령으로 봤고 2심은 이중에서도 1650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2심은 차액 6600만원은 대전일보도 혐의에 연루된 때 지급됐다며 대전일보가 지급할 수 있다고 봤다.

사건은 당시 ‘대전일보 정상화 운동’을 한 시민단체 고발을 계기로 알려졌다. 노조탄압 대응 기구로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대전일보지부 등이 참여한 ‘대전일보 정상화 민주노조지키기 범시민대책위원회’다. 이기동 당시 집행위원장은 2016년 6월 남상현 전 사장과 대주주 남정호씨, 남재두 회장 및 그의 부인 소아무개씨를 횡령죄로 고발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지부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일보지부

대책위가 대전일보 사주 죄질을 나쁘게 본 이유는 대전일보 재무 상황이 악화된 때였기 때문이다. 소씨 계좌로 300~500만원 급여가 부당 지급된 때 대전일보 부장급 직원 급여는 200만원 중반, 국장급 급여는 300만원 중반 정도였다.

대전일보사 감사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2006년부터 2015년 말까지 총 31억여원에 달하는 단기대여금이 특수관계자인 주주와 임원에게 지급됐다. 2015년 금감원에 제출된 재무제표에는 순수 누적 부채가 61억원이었고 순자산은 8억 9100만원이었다. 대책위는 “매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언론사로서 특수관계자에게 단기대여금 31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최소한 정상적으로 회수했다면 대전일보 경영 악화는 이리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그간 대전일보 정상화를 주장해온 대전일보지부는 회사가 노조탄압에 나섰다며 규탄 중이다. 지난 13일 단행된 인사에서 조합원인 23년차 편집기자가 기존 업무와 무관한 마케팅본부 판매광고팀으로 발령났다. 지난해엔 업무국 행정직원이 편집국 기자로 발령나기도 했다. 지부는 13일 성명을 내 “이번 인사를 노조 배제와 탄압의 의도가 명백한 ‘부당 전보’라고 판단한다. 노조 밀어내기 인사를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기동 대전·충남 민언련 사무국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역 언론사 윤리가 굉장히 추락해 지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데 대전일보는 사주 일가인 사장이 유죄 확정을 받았다. 남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손을 다 떼는 게 대전일보 정상화에 기여하는 방향일 것”이라 평가했다.

대전일보는 이와 관련 26일 “밝힐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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