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동 경로를 보도하는 등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평양역에서 전용열차 편을 타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하루 뒤인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께서 주체108(2019)년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윁남(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하시었다”고 전하면서 동행 인사들을 밝혔다. ‘23일 오후’에 출발했다고 날짜도 못을 박았다.

노동신문은 김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기 전 사열을 받는 장면과 열차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사진을 실었다. 그리고 노동신문은 25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외국방문출발소식에 접하고 끝없는 격정에 넘쳐있는 수도시민들”이라며 신문을 보고 있는 주민의 사진을 실었다.

▲ 노동신문은 24일 “2월27일부터 28일까지 윁남(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 노동신문은 24일 “2월27일부터 28일까지 윁남(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주체108(2019)년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윁남 사회주의 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도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발 소식을 알리긴 했지만 싱가포르 도착 소식과 함께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평양 출발 하루 만에 소식을 전한 것은 뉴스의 신속성 면에서 보면 한발 나아간 내용이다.

지난해 6월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도 북한 매체의 변화가 감지됐다. 싱가포르 출발 소식에 이어 6월 11일 싱가포르 시내를 둘러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실었다. 6월 13일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전문을 싣는 파격을 선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단독회담을 하는 사진을 실었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 견줘보면 2차 북미정상회담도 북한 매체들이 발 빠르게 전할 가능성이 높다. 좁게 보면 북한 매체의 변화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전세계적 이벤트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발 소식과 이동경로까지 공개한 것을 두고는 여러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해외를 순방하고 귀국을 하고 난 뒤 관련 소식을 전했다. 반면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58년 중국과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노동신문은 출국 사실을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을 향하는 소식은 단순한 출발 내용이라기보다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들고 김 위원장의 부재 속에서도 체제 안정이 그만큼 잘 돼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27일부터 시작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 소식도 28일자 노동신문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28일 회담이 끝나고 합의문이 나오면 회담 사진과 함께 합의문을 전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북미정상회담 때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우하는 모습과 두 정상이 서명한 합의문 사진이 실릴지도 관심사다.

김광수 교수(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는 “보통 비공식 공개로 하거나 회담이 끝나고 사후 보도를 하는데 김정은 위원장 시대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동 경로까지 노출한 것은 과거 김일성 주석이 제3세계 비동맹 사회주의권 나라와 형제 우애를 구축한 것처럼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사회주의권(개최지 베트남)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복선이 깔려있고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일정 부분 실무회담에서 북의 요구 사항이 많이 반영되고 관철됐기 때문에 이동경로까지 노출시키며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며 “사회주의에서 성과가 있고 전도할 내용이 있어야 보도한다고 본다면 그런 예측이 가능하다. 정상회담의 대한 자신감과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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