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절 100주년을 앞두고 4378명을 특별사면하기로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세월호 관련자 사건 등 7대 사회적 갈등 관련 시위에서 처벌받은 시국사건 대상자를 107명 포함했다. 정부는 강력·부패범죄는 이번 사면에서 배제했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정치인도 배제했다. 시민사회계에선 이석기 전 의원 등 양심수를 포함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정부는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일반 형사범 특별사면·감형·복권 4242명 △특별배려 수형자 특별사면·감형 25명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특별사면·복권 107명 △국방부 관할 대상자 특별사면·감형·복권 4명 등 모두 4378명의 특사를 결정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13명), 경남 밀양 송전탑(5명), 제주 해군기지(19명), 세월호 참사(11명), 한·일 위안부 합의(22명), 사드(THAAD·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30명),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7명) 등 7대 사회적 갈등 사건과 관련해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다가 처벌받은 이들도 이번 특사에 포함했다.

정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대표적인 7개 사회적 갈등 사건을 선정해 그 가운데 대상자를 엄선해 사면·복권을 실시했다”고 했다. 또한 “중증 질환자․고령자․어린 자녀를 둔 여성․지속적 폭력에 대한 우발범행 사범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수형자를 신중하게 선정했다”고 했다.

▲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반면 “부패범죄를 저지른 정치인·경제인·공직자나 각종 강력범죄자는 대상에서 배제했다”며 “음주운전 사범 이외에 무면허운전 사범도 대상에서 추가 배제해 사회적 경각심을 제고했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선 양심수 석방 목소리를 높여왔다.

박래군 양심수석방추진위 공동운영위원장(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에 의해 부당한 탄압을 받았던 사람이 사면복권 되지 않고 이석기 전 의원은 구치소에서 6년째 감옥생활중”이라며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은 자기의 생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고 누누이 이야기해왔는데 이 전 의원 제외한다는 것이 용납될 일이냐”고 비판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은 지난 21일 성명에서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해 모든 양심수와 무도한 권력에 탄압받은 이들을 특별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심수가 특사 명단에 없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26일 “양심수 석방도 없는 3·1절 대사면, 실망스럽다”는 논평에서 “적폐정권이 부당하게 사법처리한 국민들은 차별과 배제 없이 사면·복권해야 한다”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상식이자 공감대인데 ‘국민 공감 있는 7개 시위만 사면했다’는 정부 발표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양심수석방추진위는 1919년 3·1운동 당시 구속자가 4만6948명이라는 일제 통계를 인용하며 “3·1운동이 최초이자 최대 양심수를 낳은 사건”으로 규정해 양심수 석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양심수석방추진위는 “문재인 대통령은 ‘삼일절 특사’ 관련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며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에 즈음한 특별사면이면 국민들에게 한 마디라도 설명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권에서 최대 정치탄압을 받은 진보정치인에게 ‘정치인 프레임’을 씌워서 사면 배제의 이유로 든다는 것은 참으로 옹색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민중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에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고 있지만 양심수들을 대하는 정권의 태도로 보아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7대 종단 수장들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엄동설한에 2만 명이 모여 외쳐도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라면 촛불정부라는 호칭부터 버려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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