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지역민방 KNN의 중견 기자 김아무개씨가 최근 페이크 인터뷰로 지난달 23일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자기 목소리를 음성변조해 취재원을 인터뷰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KNN은 내부 제보를 받고 조사를 거쳐 10여건 안팎의 김 기자 기사에서 같은 방식으로 인터뷰가 조작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기자를 이같이 징계했다.

현재 김 기자의 해당기사는 포털에서 제목은 검색되지만 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현재 찾으시는 페이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빈 화면만 뜬다. 같은 방식으로 삭제된 김 기자 기사는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것만 2017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9건에 달한다. 최소 9건의 기사가 조작됐거나 취재윤리를 어겼다는 것이다. 9건 중 6건이 부산항을 주제로 한 기획보도다. 

▲ KNN이 지난해 11월18일자로 보도한 부산항 관련기사. 현재 이 기사는 포털에서 검색은 가능하지만 기사내용은 아래와 같이 삭제돼 있다.
▲ KNN이 지난해 11월18일자로 보도한 부산항 관련기사. 현재 이 기사는 포털에서 검색은 가능하지만 기사내용은 아래와 같이 삭제돼 있다.
▲ KNN 김 기자가 쓴 기사 10여건이 이처럼 삭제돼 있다.
▲ KNN 김 기자가 쓴 기사 10여건이 이처럼 삭제돼 있다.

미디어오늘은 삭제된 기사 가운데 지난해 11월18일자로 보도한 ‘부산항은 세계적 덤핑 항만’이란 기사를 입수했다. 이 기사는 2분43초로 여느 방송기사보다 긴 심층보도였다. 싱가포르와 부산항을 비교한 이 기사엔 모두 4명이 인터뷰이로 나오는데, 이 가운데 2번째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만 음성이나 화면변조 없이 나오고, 나머지 3명은 음성변조된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이들 3명의 목소리 부분엔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 ‘부산항 터미널 관계자’, ‘정부 관계자’라는 자막이 나온다. 

KNN은 이들 목소리를 김 기자가 스스로 녹음한 뒤 변조해 넣었다고 판단했다. KNN 한 임원은 “워낙 취재보도 상식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데스크가 걸러 낼 재간이 없었다”며 “앞으로 재발방지책을 강구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 김 기자가 쓴 기사 가운데 내용이 삭제된 기사 목록
▲ 김 기자가 쓴 기사 가운데 내용이 삭제된 기사 목록

한편 김 기자는 징계가 과하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항만 관계자들이 음성변조해도 누군지 금세 찾아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으려 해 그들에게 들은 얘기를 자신이 아무 목소리나 녹음해 넣어도 좋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인사위에 소명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NN 관계자는 “누가 언제 썼는지 적혀있지 않은 각서인데다 해당 보도를 할 때 카메라 배정도 안 된 게 확인돼 김 기자 소명을 받아 들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직 6개월은 1995년 창사 이래 가장 큰 징계”라고 밝혔다.

KNN은 26일 저녁 메인뉴스 첫 머리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시청자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민언련은 “KNN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를 낸만큼 향후 스스로 약속한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 민언련은 KNN에 질의서를 보내 시청자에게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재발방지책 수립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김 기자의 부산항 기획보도는 방송기자연합회가 시상하는 122회(2018년 11월치) 이달의 방송기자상 출품작이었다. 김 기자의 보도는 지역 기획보도부문에 ‘물량 만능 항만정책 – 죽어가는 사람들’로 출품됐으나 수상하진 못했다. KNN은 김 기자 보도를 출품한 이유를 “(그동안 지역뉴스의 사각지대였던) 항만 속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무려 12차례나 연속방송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추천 이유란에서 밝혔다.

▲ KNN은 지난달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23일자로 김 기자를 정직 6개월에 중징계했다.
▲ KNN은 지난달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23일자로 김 기자를 정직 6개월에 중징계했다.

김 기자는 IMF 직후 KNN에 입사해 20여 년간 근무하면서 2013년엔 물 문제를 다룬 기획 다큐로 61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한 중견기자다. 미디어오늘은 김 기자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KNN은 부산과 경남지역 670만명의 시청자를 아우르는 지역민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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