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삼성, SK, 롯데, LG그룹 등 5대 재벌이 소유한 땅값이 10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장부가액 기준 10년 전인 23.9조원에서 약 43.6조원 불어나 67.5조원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재벌그룹이 갈수록 땅으로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는데 정부는 각 기업이 어떤 용도의 토지와 부동산을 얼마나 가졌는지 내놓지 않는다”며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지난 2007년과 2017년 말 기준 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 추이. 경실련 제공
▲ 지난 2007년과 2017년 말 기준 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 추이. 경실련 제공

이들은 지난 3개월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자료 등을 자체 분석했다.

2017년 말 기준 현대차가 소유한 토지자산 규모는 2007년 5.3조원에서 24.7조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4.7배 증가해 10년 새 1·2위 삼성과 롯데를 넘어섰다. 경실련은 “현대차가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부지 등을 사들였다. 정부가 본래 주택용이던 땅을 한전 본사를 짓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인데, 올초 갑자기 상업용 땅으로 바꿨다”고 배경을 밝혔다.

삼성은 7.7조원에서 16.1조원으로 2.1배 증가했다. 다음으로는 SK가 7.1조원으로 3.3배, LG가 4.8조원으로 4.2배, 롯데가 4조원으로 1.6배 늘었다. 

경실련은 실제 토지자산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했다. “공시 자료는 장부가액 기준인데, 통상 공시지가는 장부가액의 10배 가량이다. 이 공시지가도 시세의 4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토지자산은 재벌들이 경영권 세습과 부동산 투기, 경영실적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사용된다. 재벌들이 경제 혁신의 견인차 역할보다 땅을 이용한 경제력 집중에 매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경실련은 이날  정부가 각 계열사별 토지자산과 용도 등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발표한 결과는 그룹이 보유한 자산 규모로, 그룹 내 각 계열사별 정보는 공개 대상이 아니다.

▲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이 26일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이 26일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순철 사무총장은 “각 기업이 가진 토지자산을 보면 이들이 땅에만 관심이 많은지 기술 투자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영업비밀도 아니고 숨길 이유가 없다. 특히 주주들이 기업 투자가치와 리스크를 판단할 근거자료”라고 했다.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재벌이 왜 토지를 이렇게 많이 사들였는지, 이 땅에서 공장을 짓고 생산에 활용하는지 등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는 우리 요구에도 관련 정보를 내놓지 않고, 청와대도 소식이 없다. 1990년 당시 23개 재벌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의 43%가 비업무용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30년 동안 기사가 난 게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실련은 이날 공시대상 기업(자산 5조원 이상)이 보유한 부동산의 건별 주소와 면적, 장부가액과 공시지가를 의무로 상시 공개하도록 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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