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수많은 희생을 생각해본다”며 3·1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 여사는 25일 오후 청와대 세종실로 독립유공자 후손 65명(중학생 3, 고등학생 22, 대학생 26, 졸업·휴학 14)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자리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들의 공헌과 희생을 돌아보고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에서 마련됐다”며 “간담회는 우리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세종실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는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정화 의사가 남긴 말을 들어 “여러분이 앉은 자리는 조국을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은 선조들이 의로운 항거로 지켜내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준 당당한 자리”라고 밝혔다.

김 여사는 청와대 세종실을 두고 국민이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나랏일을 의논하는 곳이라며 “나라를 잃고, 남의 나라 땅을 전전하면서도 국권회복과 자주독립 위해 싸웠던 애국지사들의 비장한 투지를 느꼈던 자리”라고 평가했다.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한 나석주 의사가 “나는 조국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투쟁하였다. 이천만 동포여 분투하여 쉬지 마라”고 외친 것을 두고 김 여사는 “그토록 엄혹한 시절에 생사를 넘나드는 투쟁을 이어간 사람들의 강철 같은 의지를 떠올려본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자식의 죽음마저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니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고 편지를 쓴 것도 거론했다. 김 여사는 “사형 선고를 받은 옥중의 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써야 했던 어머니 심정은 어땠을까. 사랑하는 가족의 안위보다 조국의 독립을 얻는 쪽을 택했던 이들과 위험 속으로 가족의 등을 떠밀어야 했던 이들의 고통을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김 여사는 특히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암흑기에 결연하게 일어서고, 거침없이 나아간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린다”며 “그리고 또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수많은 희생을 생각한다.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곳에 있다”고 역설했다. 김 여사는 “지난 100년 밑거름 삼아 나아가는 새로운 100년의 시작 앞에서 한반도의 평화라는 새 역사를 꿈꿔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날 참석한 독립운동가 후손들도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소감을 밝혔다. 광복군 신송식 지사와 같은 광복군 여군으로 싸운 오희영 지사의 손녀 신세현씨는 “자랑스러운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써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길을 찾다가 광복군이셨던 할아버지․할머니의 길을 좇아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하여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신씨는 “당시에는 일본군에 쫒기면서 제대로 된 시스템도 없이 어떻게 훈련을 받았으며 또한 변변한 무기도 없이 전투를 하며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산다고 쉽게들 말한다. 하지만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해 보니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100여 년 전 조국을 위해 한 몸 내던지셨던 독립유공자의 후손임에 긍지와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참석후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뒤로 충칭 임시정부 요인들이 광복 후 청사를 떠나기 앞서 기념촬영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참석후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뒤로 충칭 임시정부 요인들이 광복 후 청사를 떠나기 앞서 기념촬영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광복군으로 일본군과 싸운 독립유공자 이영길 지사의 손자 이규씨는 자신이 대학교 1학년 때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님의 장학회 장학생으로 선발돼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교육비 지원으로 등록금 걱정없이 학업에 열심히 정진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연구하는 자세를 확립하여 한국 화공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연구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며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저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어 제가 이룬 성취들을 사회에 다시 환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독립유공자 한항길 지사의 후손 최유정씨는 “우리 선조들께서 한 목숨 기꺼이 바치셨던 그 충정이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 같아 자라나는 어린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올바른 역사관을 가르칠 수 있음에 또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평가했다. 최씨는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볼 줄 알고, 주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서 선조들이 지켜낸 이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고려독립청년당을 결성하고 투쟁한 애국지사 이상문 선생의 후손 이재우 씨는 “젊은 열망, 젊은 용기는 나라를 바꾸고 역사를 바꾼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군 정회일 선생의 후손 김현수씨는 “지금은 할아버지 덕분에 이 자리에 앉아 있지만, 나중에는 제 힘으로 여기 앉을 수 있는 후손이 되겠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 김위도 선생의 후손 김정협씨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함께한 이 자리를 통해 다른 후손들이 살아온 치열한 삶을 들으며 후손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역사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간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후손 여러분들이 자긍심과 희망을 갖고 선조들의 발자취를 이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달라”며 “독립운동 하신 분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헌신했듯 우리도 미래에 대한 긍정과 확신을 갖고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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