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력생산비중은 석탄 41.8%, LNG(액화천연가스) 26.8%, 원전 23.4%, 신재생 6.2%순이다. 전년 대비 원전 비중은 3.4% 줄고 LNG 비중은 4.6% 늘었다. 환경단체는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에너지전환의 ‘징검다리’로 LNG에 주목한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LNG 흠집 내기’를 의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대신 LNG 발전량을 늘린 탓에 2029년 초미세 먼지(PM 2.5)와 온실가스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천문학적 규모로 늘 것이라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전망이 나왔다. 이는 탈(脫)원전 정책이 미세 먼지 증가와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배치된다. 미세 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 조선일보 2월25일자 1면.
▲ 조선일보 2월25일자 1면.
25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리드문단이다. 조선일보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하며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면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이 모두 파탄 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최 의원 주장을 비중 있게 담았다. 조선일보 기사만 보면 LNG 비중을 늘릴 경우 공기가 더욱 나빠질 것만 같다.

이날 조선일보는 “탈원전으로 LNG 발전 2배 늘리면 2029년 초미세먼지 2배 짙어진다”는 제목의 해당 기사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LNG 발전량이 늘면서 2029년 발전용 LNG 수요와 초미세 먼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탈원전 정책 추진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2조4000억 원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왜곡된 보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날 조선일보 기사에 해명자료를 내고 “해당 내용은 해당 의원실의 한정적인 전제 하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질의의 전제가 ‘12차 LNG수급계획’ 대비 ‘13차 LNG수급계획’ 상의 LNG발전 부문의 수급량 증가에 따른 (초)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증가에 한정되어 있었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초)미세먼지가 증가한다는 분석은 아니”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우리 처는 정부가 ‘13차 LNG수급계획’ 수립 등을 통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석탄발전 대신 LNG(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므로, 향후 국가 전체적인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적시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목은 조선일보에 등장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해당 조선일보 기사에서 “LNG발전 증가는 원전보다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측면이 크다”며 “석탄 대신 LNG발전을 늘리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는데 이 같은 석탄 대체 효과를 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영준 실장의 말이 맞다. 이번 입법조사처 조사는 LNG발전 증가에 따라 감소하게 되는 석탄발전량과 집진시설 등 기술 발전에 따른 미세먼지 감소 등 요소를 1%도 고려하지 않았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조선일보 기사의 전제는 지금처럼 화력발전소를 늘려나가면서 LNG비율을 높이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상희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은 조선일보 기사를 가리켜 “LNG발전을 아예 사장시키려는 악성 기사다. 조선일보가 진정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감축에 관심이 있다면 LNG발전이 아닌 석탄·화력발전 감축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미세먼지대책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봄철에 석탄 화력발전소 셧다운제를 실시하니 초미세먼지가 17.7% 저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조선일보 2017년 7월11일자 8면.
▲ 조선일보 2017년 7월11일자 8면.
▲ 조선일보 1월17일자 4면.
▲ 조선일보 1월17일자 4면.
조선일보의 반복되는 LNG 때리기, 이유는

조선일보의 LNG 때리기는 반복되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2017년 7월11일자 “LNG발전, 석탄발전보다 초미세먼지 더 많이 배출”이란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석탄발전이 LNG발전에 비해 초미세먼지를 7~8배 많이 배출하고 인체에 해로운 유해대기오염물질도 LNG보다 1만3000배 많이 배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지난 1월17일자 “미세먼지 뿜는 석탄·LNG 발전 19% 늘었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도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LNG역시 석탄 발전보다는 적지만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며 “심지어 일부 노후 LNG발전소는 석탄보다 더 많은 초미세먼지를 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왜 이렇게 LNG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를 두고 이상희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은 “원전핵산업계·자유한국당·조선일보의 유착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조선일보의 ‘LNG때리기’는 ‘탈원전=미세먼지 증가’ 프레임으로, 이는 ‘친원전=친환경’이라는 원전찬성진영의 오랜 프레임과 흐름을 같이 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사회주요 이슈가 되면서 원전이 미세먼지에 안전하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강화해 대체에너지 징검다리인 LNG산업을 위축시키고 원전산업을 생존시키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세계 195개국이 가입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보고서 발표 당시에도 보수언론에선 위와 유사한 프레임이 반복됐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합의하며 수소·풍력·원자력·태양광 등 저탄소 에너지기술 활용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보고서 요지였는데 보수언론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IPCC가) 원자력을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제시했다”(TV조선)는 식으로 왜곡 보도했다.

2018년 10월8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2018년 10월8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물론 IPCC는 원전을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제시한 적이 없다. 다만 전력생산의 70~85%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보수언론이 “저탄소 에너지기술 활용을 높이자”는 주장을 “원전만이 유일한 해답”으로 둔갑시켰다. 지구온도를 낮추자는 주장에서까지 원전 홍보에 열을 올렸던 셈이다. 조선일보는 이번 기사에서도 IPCC의 일부 내용을 취사선택해 “원전을 늘리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값비싼 LNG발전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IPCC는 최근 특별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59~106%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는 대목을 인용했는데, 역시 왜곡에 가깝다. IPCC 보고서는 2030년까지 태양광·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최대 470%까지 확대하고 석탄·석유·가스 에너지를 최대 78%까지 축소하라는 게 핵심이다. 여기서 IPCC는 에너지기술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에선 핵폐기물과 방사선물질을 고려해야 하며 8년 전 바로 옆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실태를 감안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의도적으로 감추는 대목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조선일보가 미세먼지 절감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다면 원전보다는 석탄과 LNG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석탄 화력발전소는 박근혜정부 때 인허가가 난 7곳이 새로 가동을 시작한다.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현재 석탄발전소 가동률이 80%, LNG발전소 가동률이 45%인데 둘의 가동률을 바꾸면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가구당 평균 2000~3000원의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미세먼지로 매번 구입하는 마스크 값을 생각해보면, 이 돈이 ‘폭탄’인지 아닌지는 쉽게 판단 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전기요금 인상을 ‘폭등’으로 조장하는 언론보도다. 한전은 지난해 LNG에서 생산한 전기를 ㎾h당 121.22원에 구입했다. 신재생에너지 구입 단가는 ㎾h당 180.98원이었다. 원자력(62.05원) 유연탄(83.51원)보다 비싸다. 그러나 에너지의 가격보다 중요한 건 ‘안전’과 ‘환경’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인 태양광발전의 경우 원전과 같은 핵폐기물도, 방사능도 없다. 건물 지붕에도, 베란다에도, 논과 밭에도, 도로에도, 자동차 지붕에도 설치할 수 있다. ‘원전 살리기’에 눈 먼 조선일보와 친원전 언론사들이 역시 보도하지 않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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