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70일 MBC 공정방송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후 6년 만에 복직한 이용마 기자는 현재 암 투병 중이다. 그를 해고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최근 유튜버로 변신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또 다른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불행한 공영방송의 역사는 이용마 기자와 김재철 전 사장이 상징하듯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과제를 국민에게 안겨줬다. 이용마 기자는 지난 24일 방송된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정세진 아나운서와 인터뷰에서 지난 2017년 복직 후 “사원증 찍고 회사에 들어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 기자는 2016년 복막암 판정을 받고 아직 병마와 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 기자의 자택을 방문해 그가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며 간곡히 호소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관련 제안을 직접 경청하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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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는 “문 대통령도 국민대표단 제도인 공론화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집단지성을 우리가 살려가자는 방안에 적극적으로 찬성을 했다”며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것도 그런 국민대표단을 뽑아서 그 사람들이 선출하게 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공영방송은 주인이 국민이다. 말 그대로 공적으로 경영되는 방송인데 그러면 그 회사가 특정 정권이나 집단의 눈치를 안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공영방송은 말로는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는데 국민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 24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송화면 갈무리.
▲ 24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송화면 갈무리.
“국민이 공영방송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래로부터 국민이 공영방송이 잘못하고 있다고 하면, 국민이 저 방송은 지금 잘못하고 있으니까 사장이 물러나라든지, 그런 의견들이 반영되고 논의가 될 수 있는 시스템들을 만들어야죠. 물론 그전에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해서 방송할 수 있는 경영진들이 먼저 선임이 돼야죠. 그게 제일 중요하죠.”

앞서 그는 지난 13일 문병 온 MBC 기자 출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게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유지해줄 것과 공론화위원회 방식 국민대표단 제도를 더 활성화해달라는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기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정에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국민대표단 제도를 전격 도입해 국민이 직접 사장을 뽑을 수 있게 하면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정치권 눈치를 볼 일이 없어질 것”이라며 “나아가서는 검찰총장이나 경찰총장 등 권력기관장들도 모두 청문회를 거친 뒤 국민대표단이 뽑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몸 상태와 함께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한 이 기자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직접 병문안을 결정했다. 문 대통령 문병 후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국민대표단 운영 방안을 적극 찬성했다는 이 기자의 전언과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기자의 제안에 대통령이 경청하고, 검토를 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24일 ‘저널리즘 J’에 출연한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현행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구조는 “정치적 후견주의”(Political Clientelism, 정파적 이해에 기반해 이사를 지명하고 이사는 정파적 이해에 복무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기가 추천하는 몫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게 자신의 영향력의 고리이기 때문인데, 지금 이용마 기자가 제안하는 바로 그 부분은 정치적 후견 고리를 깨자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송현주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이용마 기자 등 사례가) “지금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자체가 지금 국민의 수준, 그다음에 기자들의 수준을 더는 버텨낼 수 있는 방식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건 더 늦출 수 있는 과제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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