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발행인에게 어떤 기사를 실으면 신문이 잘 팔리는지 물어보라. 섹스와 왕실과 종교, 이렇게 세 가지 분야가 즉시 떠오른다. 셋이 결합하면 효과는 더 확실하다” - 톰 라이트, ‘모든 사람을 위한 누가복음’(IVP) 30쪽.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맥락은 아니지만, 가히 핵심을 짚었다고 하겠다. 성 문제와 정치, 그리고 종교가 결합하면 핫한 기사가 된다. 그래서인지 목사들의 성폭력은 중앙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주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언론들이 목회자의 성폭력을 크게 다룬다.

지난 1월 JTBC 뉴스룸에서는, 아동 성범죄를 저질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도 목회에 복귀한 자들을 추적해 보도했다. JTBC는 목사들을 징계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단들이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묵인하는 경우가 잦은 현상을 지적했다. 지난해 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이슈가 된 '그루밍 성폭력'도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교인들이 목회자를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교회 구조에서는 그루밍 성폭력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성폭력은 개인 일탈이 아닌 구조 문제다. 교회에서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목사들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목회자가 되기 전 자질을 검증하는 신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대처도 중요하다. 최소한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교단에 성폭력 목회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뉴스앤조이 창간이 2000년인데, 그때도 목사들의 성폭력이 있었고 언론 보도가 있었으며 위와 같은 대안들이 나왔다. 목회자 성폭력과 관련해서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교회 개혁 단체들은 20년째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일반 언론도 단순히 가십성이 아니라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교단은 성폭력 처벌법을 만들지 않았고, 주먹구구식 징계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신학적·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교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꼽히는 한 교단에서도, 최근 친족 강간 미수 및 무고죄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목사에게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됐다. 이 교단 재판은 우여곡절 끝에 무효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확인한 게 있다. ‘그래도 같은 동료 목사인데 면직은 너무하지 않나’ 목사들의 동업자 의식이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교계에서 유행처럼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가 교단에서 징계를 받기 전 사직서를 내고, 교단 목사들은 그걸 수리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 목사의 사직 사유는 공식적으로 ‘일신상의 이유’가 된다. 잠깐 소나기만 피하면 그는 복귀할 수 있다. 사표를 받아 준 목사들이 이걸 모르는 게 아니다. 목사는 목사의 편인 것이다.

▲ 구권효 뉴스앤조이 편집국장
▲ 구권효 뉴스앤조이 편집국장
강고한 동업자 의식 속에 피해자의 이야기는 삭제된다. “자기 딸이 그런 일을 당했어도 이렇게 했을까 싶다” 교단 재판을 지켜본 한 피해자의 말이다. 가해 목사는 성추행으로 징역 6개월을 살았지만, 교단 목사들은 그에게 ‘정직 1년’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1년이 지나면 그는 목회를 재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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