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청이 언론사 광고비 집행기준에 시정 ‘홍보기사 노출 비율’을 포함시키고 비판기사엔 불이익을 주는 취지의 조항을 마련했다.

화성시청 홍보기획관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시청 광고비 책정 기준이 담긴 ‘2019년 행정광고 집행기준’ 문서를 배포했다. 화성시는 필수 기준으로, 지면 매체는 2018년 한국ABC협회 신문부수 공사보고서에 등록돼 있어야 하고 온라인 매체는 포털(네이버·다음)과 기사검색 제휴를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 화성시청 홍보기획관이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2019년 행정광고 집행기준’ 문서.
▲ 화성시청 홍보기획관이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2019년 행정광고 집행기준’ 문서.

논란은 집행 세부기준에서 불거졌다. △매체 파급력 △홍보기여도 △지역 언론 인센티브 등 3가지 구분 항목 중 홍보기여도 항목에 시정 홍보기사와 비판기사 노출빈도를 점수화한 부분이 있었다.

화성시는 ‘기사 형태로 제공되는 보도자료 대비 노출기사 비율’을 홍보기여도 기준에 넣었다. 간략한 메모형식의 홍보기획관 자료가 취재원일 경우에도 기사량이 평가 기준이 됐다. 반면 ‘지적성 보도’는 30% 미만까지 개수로 반영한다고 밝혔다. “기사의 적시성, 완성도, 중요도를 기준으로 점수를 가산하거나 감산한다”는 기준도 있었다.

화성시청 기자실에선 ‘언론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출입기자는 “홍보기사는 높은 점수, 비판기사는 낮은 점수를 준다는 말인데 자기들 입맛에 맛는 기사를 생성하도록 보도를 통제하는 취지로 읽힌다”며 “기사 완성도·중요도를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데 시청이 자의적으로 평가할 여지도 높다”고 밝혔다.

화성시 홍보기획관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광고비 집행 기준이 기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 기준을 투명하게 보여주고자 정리한 문서일 뿐 비판보도를 회피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홍보기획관은 “행정광고 목적이 시정홍보다 보니 그런 취지로 적힌 부분이 있다. 지적성 보도에 적힌 ‘30% 미만’은 회피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고 상징적인 숫자에 가깝다. 비판보도는 실제로 전체 보도의 2~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기사 완성도 평가는 “언론사가 대폭 늘면서 메모 형식의 보도자료도 그대로 기사 본문에 복사해넣는 언론사들이 있었고, 부적절하다는 생각에 이 점을 반영했다”고 했다.

화성시 기준은 세종특별자치시 가이드라인이나 전북 완주군이 추진한 조례안과 확연히 비교된다. 두 지자체 모두 광고비 집행 관습을 바로잡고 예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론관련 예산 운용 지침을 마련했지만, 홍보기사 비율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세종시는 지역 언론인의 비위·협박 사건이 끊이질 않자 ‘건전한 언론문화 조성 위한 공동대응안’을 만들어 출입기자가 명예훼손, 공갈, 사기 등 언론직무 관련 범죄로 금고이상 확정된 경우 그 언론사에겐 1년 간 일체의 지원을 하지 않는단 방침을 세웠다. 완주군은 ‘언론관련 예산운영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숙의 기구를 만들고 의도적인 사실왜곡, 허위보도 등이 언론중재위 조정이나 민·형사상 판결로 확인되면 위원회에서 제재 수위를 정한다는 조례 입안을 추진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공공기관의 언론예산 집행 기준이 사기업과 같아선 안된다. 화성시 사례는 결국 ‘훌륭하게 홍보해주는 매체에 많은 돈 주겠단’ 취지와 같은 것”이라며 “언론사 난립으로 자격기준에 미달하는 언론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역에 필요한 기준은 문제 언론사에 공적 자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하는, 불법을 방관하는 지역 언론사를 제재하는 단호한 지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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