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은 소득이 줄고, 부유한 이들은 더 많이 벌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가리키는 방향은 다르다. 저소득층 사회보장 제도와 고용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과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며 최저임금 늘릴 게 아니라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라는 요구가 각각 나오고 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 소득 동향에 따르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으로 나타났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23만 6000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7.7% 감소한 반면,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 가구는 월소득 932만4300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상위 20% 가구 소득을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배율은4.61배에서 5.47배로 늘었다. 숫자가 늘어날 수록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22일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가운데 6개 신문은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경향신문 : 가구 소득격차 ‘역대 최악’
서울신문 : 소득 양극화 최악 ‘고용절벽의 덫’
조선일보 : -37%...저소득층 ‘소득절망 성장’
중앙일보 :  빈곤층 소득 18% 감소 소득성장 최악
한겨레 : 하위 20% 가구소득 18% 급감 ‘역대 최악’
한국일보 : 저소득층 덮친 ‘소득 대참사’

한국일보는 소득격차 확대 원인으로 일자리 숫자와 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2017년 4분기 각각 1분위 0.81명, 2분위 1.31명이던 가구당 취업자 수는 작년 4분기 각각 0.64명, 1.21명으로 더 낮아졌다. 가구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4분위의 가구당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1.77명에서 1.79명으로, 5분위는 2.02명에서 2.07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1분위 가구가 주로 차지하는 임시직이 2017년 4분기에 비해 작년 4분기에 17만명 감소한 반면, 4ㆍ5분위 가구원이 주로 구성하는 상용직은 같은 기간 34만2,000명 증가한 것도 계층간 일자리 사정의 차이를 말해준다고 한국일보는 분석했다.

▲ 2월22일자 한국일보 3면.
▲ 2월22일자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지난해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된 1분위 가구 근로소득 감소, 자영업자 사업소득 감소는 결국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거나 자영업에서 근로소득자로 전직할 기회가 이들에게 막혀있다는 의미”라며 “저소득층은 질 낮은 일자리마저 잃고 있는 반면, 고소득층은 양질의 일자리를 오히려 늘려가는 일자리의 ‘부익부 빈익빈’이 소득분배 참사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라 평가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에서 저소득층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부익부 빈익빈’ 대책, 결국엔 일자리다”에서 “정부는 근로장려금확대 등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 가계소득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소득층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 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양극화 극복을 위한 획기적인 빈곤층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 및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임시·일용직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부진하면서 소득 감소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당초 정부는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 공적이전소득을 통해 1분위 소득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기초연금 인상으로 1분위 가구의 기초연금 소득이 전년 대비 27.8% 증가하고 아동수당 등 사회 수혜금이 42.2%나 증가했지만, 금액으로 보면 44만2000원에 그쳤다. 만 5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의 효과는 저소득층보다 아이가 많은 3·4분위 가구에 집중됐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향신문에 “서구의 경우 한부모 가정이 많아 아동수당이 소득격차를 메우는 효과적인 정책이지만 한국은 아동수당이 주로 중산층에 혜택이 돌아가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극빈층 노인 지원 효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 2월22일자 한겨레 4면.
▲ 2월22일자 한겨레 4면.

한겨레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에서 사각지대는 없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다. 경기 회복으로 민간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당장 어렵다면 재정을 투입해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재분배 정책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정부는 고령화 심화 등 구조적 요인과 취약계층의 고용 부진이 원인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는 최근 등장한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에 해당하는 데다 경기가 나빠지면 임시·일용직이 먼저 일자리에서 밀려난다는 건 상식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1분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 심화에 대해 1년 가까이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책임 방기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공적부조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경기 활성화에 주력 △각종 연금 등 공적이전소득과 복지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주로 돌아갈 수 있는 ‘현미경 대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 속도조절’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언급한 신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이다. 다만 관점은 달랐다. 한국일보는 보편적 복지 확대를 늦추더라도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민간 기업 투자 활성화 등을 촉구했다.

한국일보 사설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늘어나는 저소득층 고령자들이 속속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정도로는 이들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있을 리 없다. 거기다 사회안전망은 아직도 허술하다”며 “공적연금, 기초연금, 각종 사회 수혜금 등을 의미하는 공적이전소득 증감률을 보면 정부 복지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적극적 복지정책 효과로 지난해 4분기의 1분위 공적이전소득은 월 22만원으로 1년 전보다 28.5% 늘었다. 하지만 5분위는 19만원으로 증가율이 52.9%나 된다. 그 원인은 가구원 수가 많은 고소득층에 아동수당 등 보편적 복지 혜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득 격차 해소는 일자리 창출이 근원적 해결책이나, 저소득층 문제는 노인 문제와 분리할 수 없는 만큼 이들을 위한 맞춤형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 보편적 복지 확대는 그다음으로 미뤄도 늦지 않다”고 했다.

▲ 2월22일자 조선일보 3면.
▲ 2월22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사설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을 버리고 시장에 일자리를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추진된 이후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 경기 악화가 본격화됐다 (…) 서민경제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런데도 경제 부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밖에 못하고 있다.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빈곤층 소득 18%나 감소…소득주도 성장 역효과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려면 결국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를 확대하고 안정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시장의 역할”이라며 “경제 주체가 알아서 적절하게 자원을 분배하는 선순환 구조를 복구해야 한다. 분배를 개선하려면 민간 고용과 투자를 늘려 일자리 지표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민간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부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2월22일자 중앙일보 사설.
▲ 2월22일자 중앙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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