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체제로 인한 SBS 수익 유출 문제로 갈등을 겪던 SBS 노·사·대주주 간 협상이 지난 20일 타결됐다.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SBS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생산과 유통 체계를 완비한다는 것이 3자 합의 골자다.

SBS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의 신경렬 대표이사와 박정훈 SBS 사장,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날 오후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 추진을 약속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SBS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생산과 유통 체계를 완비하고 △수직 계열화 추진 과정에서 SBS 자산과 현금 순유출은 없도록 하고 △합의 이행을 위해 SBS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3자는 수직 계열화 대상과 방법, 완료 시기 등도 구체적으로 합의했으나 불필요한 잡음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부분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수직 계열화 추진뿐 아니라 현금과 비현금을 포함해 시가 1000억원 대 안팎의 자산도 SBS로 환수된다.

▲ SBS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의 신경렬 대표이사,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과 박정훈 SBS 사장(왼쪽부터)은 지난 20일 오후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 추진을 약속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 SBS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의 신경렬 대표이사,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과 박정훈 SBS 사장(왼쪽부터)은 지난 20일 오후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 추진을 약속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SBS 노·사·대주주는 지난 2017년 10월 “콘텐츠 판매, 제작 기능의 수직계열화 등의 방안을 2017년 말까지 노사가 협의해 정한다”는데 3자 합의한 바 있다. 지난 20일 3자 합의는 2017년 합의를 완결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 협약 형태로 구성됐다.

이에 앞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난 11일부터 지주회사 체제 청산을 요구하며 서울 목동 SBS방송센터 로비 1층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SBS 지분 36.9%를 소유한 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체제에서 SBS가 수익 유출 통로로 전락했다고 비판해왔다. 태영건설 등은 SBS미디어홀딩스 주식 61%를 갖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 입장에선 SBS가 아닌 또 다른 계열사인 SBS콘텐츠허브(지분율 65%), SBS플러스(91.6%) 등에 이익을 몰아주면 더 많은 배당을 챙기는 구조다. 이들 계열사는 SBS 콘텐츠 판매와 광고 수익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테면 SBS 콘텐츠를 팔아 번 순이익이 100원이라고 하면, 지분에 따라 37원 정도 밖에 가져갈 수 없는 SBS에는 적은 이익을 남기고, 대신 지분이 높아 더 많은 배당을 받을 타 계열사에 많은 이익을 남기도록 홀딩스 계열사 간 ‘불공정 거래’가 지난 10년 동안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조는 SBS와 홀딩스 계열사 사이 불합리한 계약으로 SBS가 3788억원 손실을 봤다고도 주장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1일 “이번 합의를 통해 구체적 방법론과 로드맵, 실행 기구가 마련됐다. 그동안의 교착 상태가 풀리게 됐다”며 “이번 합의는 SBS 수익 유출의 통로와 구조를 영구적이고 완결적으로 청산하는 것으로 노와 사, 대주주 간 10년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7박8일 철야 농성을 마무리한 윤창현 본부장은 “이번 합의 이행으로 SBS는 지주회사 체제 아래 벌어진 홀딩스 계열사들과의 불공정 거래 관행과 구조를 뿌리째 뽑아내게 됐다”며 “지속가능한 100년 일터를 만들어 보자는 공동 목표 속에 새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공동체를 복원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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