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폄훼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 이른바 ‘5·18 역사 왜곡 처벌 특별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가 나치의 유대인 대량 학살(홀로코스트) 정당화 행위를 처벌하는 이른바 ‘홀로코스트법’에 착안했다. 실제 유럽에선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역사 왜곡과 부정에 대응할까. 국회 입법조사처가 김종훈 민중당 의원 질의에 따라 분석한 유럽연합과 8개국 법제를 살펴봤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8년 유럽연합의회 기본결정서를 채택해, 반인륜범죄·전쟁범죄를 지지·부정·경시하는 행위를 1~3년 징역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EU 회원국은 종족·피부색·종교·출신성분·국적·인종에 따라 정의되는 사람이나 공동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폭력·혐오 공개 표출 △출판물·사진 또는 다른 물건의 유포나 판매를 통한 공적 자극 행위 △인종학살·반인륜범죄·전쟁범죄 등의 공공연한 지지·부정·경시 등을 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

독일은 한국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139조에 “국가사회주의 및 군국주의로부터의 독일 국민들의 해방”을 규정해 나치 정권 치하에서 공포된 법률 효력을 무력화했다. 또한 나치 지배 찬양과 관련해 국민 일부에게 증오를 선동하거나 폭력적 조치 또는 자의적 조치를 요구한 경우, 악의적으로 경시하거나 또는 비방하면 3개월 이상 5년 이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방송 매체 또는 미디어를 통해 국민 일부에 대한 증오 선동, 모욕·악의적 경시·비방 문서를 유포하거나 일반대중이 사용하게 한 경우 등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일수벌금형을, 공연히 또는 집회에서 나치의 폭력적 조치나 자의적 조치를 지지·찬양·정당화해 피해자 존엄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공적 평화를 해한 자는 3년 이하 자유형 또는 일수벌금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 2월13일 국회 앞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 2월13일 국회 앞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프랑스는 1990년 ‘게소법(인종주의·반유대주의·외국인 혐오 범죄행위의 방지를 위한 법률)’을 근거로 언론자유법에 처벌 조항을 만들었다. 프랑스 언론자유법 24조 a-1항은 프랑스 법원 또는 국제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의해 범해진 반인륜범죄 존재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 1년 이하 구금형이나 4만5000유로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같은 조 2항은 그밖에 집단학살범죄, 반인륜범죄를 비롯한 전쟁범죄 존재를 부정하거나 축소하거나 경시하는 경우에도 1항에 준하는 형벌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스라엘은 1986년 ‘집단학살 거부법’을 제정해 ‘유대인에 대한 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는 ‘나치와 나치 협력자에 관한 법률’ 조항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나치 정권 동안 유대인 또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범죄 행위를 거부하거나 가해자를 방어하는 표현, 범죄행위를 찬양 또는 동정하는 표현을 문서 또는 구두로 공표한 경우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유대인 또는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범죄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의 공표는 동정 또는 행위자와 같은 의견임을 표현할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한해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루마니아와 벨기에의 경우 범죄 행위자에 대한 시민권 박탈을 법적으로 규정했다. 루마니아에서 2006년 5월부터 시행된 ‘집단학살부정법’은 평화 및 인간의 존엄성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예찬하거나 파시즘·인종적·외국인 혐오적 사상을 모든 종류의 선전수단을 통해 공연히 찬양하는 자는 6개월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시민권을 박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단학살 또는 그 결과를 공공연히 부정한 자도 6개월 이상 5년 이하 징역형 처벌과 시민권을 박탈하도록 돼 있다.

벨기에는 1999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국가사회주의정권(나치)에 의해 범해진 인종학살의 부정·정당화·지지 억제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의 국가사회주의 정부에 의해 범해진 (국가·종족·종교적) 집단사인을 부정하거나, 현저히 경시하거나, 정당화하거나 또는 지지하는 자는 최소 8일 최대 1년 이상 징역형이나 26프랑 이상 5000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상습법은 형법에 의해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유죄 선고가 내려진 경우 처벌 내용의 전체나 일부를 하나 또는 다수의 신문에 피고인 비용으로 게재한다는 조항도 뒀다.

▲ 홀로코스트 기념관.  ⓒ gettyimagesbank
▲ 홀로코스트 기념관. ⓒ gettyimagesbank

8개국 가운데 오스트리아는 가장 높은 형량을 두고 있다. 나치 체제 찬양·고무 등 행위에 최대 20년 이하의 자유형 처벌 규정을 뒀다. 1947년 제정된 ‘금지법’은 국가사회주의체제를 예찬하거나 칭송한 자의 경우 엄격하게 금지된 범죄가 아닌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 자유형, 행위자 또는 활동 위험성이 중한 경우 20년 이상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폴란드와 리히텐슈타인도 나치 체제 찬양·고무 등과 관련해 각각 벌금형 또는 3년 이하 자유박탈형, 2년 이하 자유형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김종훈 의원실은 “유럽 국가들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인·부정 행위를 실정법으로 적극 처벌하는 이유는 과거 나치 통치 때 벌어진 반인륜적 행위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져서다. 우리나라도 과거 군사정권 때 빚어진 반인륜적 행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유럽 상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국회에서 법안 제정 논의가 시작되면 거기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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