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중앙일보), TV조선(조선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종편채널 4개가 등장한 지 7년이 지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주요 언론매체로 자리잡은 건 엄연한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본질적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종편은 왜 보수언론만 해야 하나? 진보적 또는 중립적 종편은 태어나면 안되나?

유료방송인 종편이 지상파 수준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까? 기계적 중립 방식의 객관주의가 바람직한 지는 논쟁거리다. 그러나 종편에 관한 한 이런 논쟁은 이미 무의미하다. 종편들은 이념과 정파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바에야 각자의 가치와 이념 지향을 분명하게 커밍아웃 하도록 하는 게 낫다. 대신 사실의 왜곡, 조작 등이 반복되면 승인을 취소할 정도로 팩트의 정확성 만큼은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

▲ 2010년 12월31일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YTN 보도 갈무리
▲ 2010년 12월31일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YTN 보도 갈무리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개별 채널의 성향보다 종편 시장 전체의 여론 다양성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승인해 준 종편채널 4개는 모두 보수신문사들 소유다. JTBC의 돌연변이 현상이 있지만, 종편 여론시장이 보수 일변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임은 부정할 수 없다. 진보 또는 중립적 종편들이 등장해 국민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건 방송정책당국의 책무이다. 이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언론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

종편채널의 의무송출을 폐지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도 여론 다양성은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유료방송채널의 힘은 가시청가구의 규모에서 나온다. 보수 종편들은 전국 3천여만 유료방송 가입자 모두에게 의무송출 해주는 특혜 덕분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제 의무송출제를 폐지하더라도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송출대상에서 빼기는 힘들 것이다. MBC와 SBS는 의무송출 대상이 아님에도 모든 가입자에게 송출된다. 많은 시청자들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종편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의 개정안은 보수 종편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대신 진보 또는 중립적 종편의 씨를 말려버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의무송출이라는 인큐베이터 없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후발 종편이 안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방통위의 방침은 수정되어야 한다. 종편 및 보도채널 일정 수를 의무송출하도록 유지하되 여론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균형있는 채널편성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 종편 4사 로고.
▲ 종편 4사 로고.
언론계에서 진보-중립 종편을 포기한 듯한 모습은 안타깝다. 진보적이라는 언론계 인사들은 TV에서 모바일로 대세가 넘어가고 있는데 종편이 굳이 필요하냐고 말한다. 이건 콘텐트와 플랫폼을 혼동하는데서 나온 착각이다. 아니면 재무적 무기력증에 대한 변명일 수도 있다. 1인 미디어가 파워를 키워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으로서 보도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1백명 이상의 강력한 취재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그 막대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모바일에는 아직 없다. TV에서 접근성 좋은 채널번호를 갖고 탄탄한 콘텐트로 승부해야 그나마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TV의 유효수명은 최소 5~10년은 남았다고 봐야 한다. 수익모델 관점에서 플랫폼의 주력이 모바일로 넘어가면 그 때 중심축을 옮겨가면 된다. 중요한 건 콘텐트이다.

필요한 자본금의 규모, 수지 전망 등을 따져보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길은 있다. 독립제작사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외주전문채널과 결합하여 타임셰어 방식의 공유플랫폼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필요 자본금 규모도 크게 줄고, 독립제작사들의 오랜 숙원도 해결할 수 있다. 시민의 종편을 지향하면서 소비자-시청자층을 조직하는 것도 검토해볼 대목이다. 선발 종편들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학습할 수 잇다는 것도 큰 자산이다. 문제는 재무적 패배주의와 모바일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다. 현실에 발을 딛되 이상에 도전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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