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나 포털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게 이용자들에게 인위적으로 손댄다는 느낌을 안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게 가능할까? 방금까지 봤던 연관검색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포털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포털사업자가 인위적, 의도적으로 검색어를 조작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포털 이용자들은 사업자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색어 검증위원회로부터 유일하게 추후 검증을 받는 네이버의 경우 원칙적으론 “임의로 검색어를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 없으며, 시스템에 따라 자동 반영돼 업데이트 시점마다 노출되는 검색어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 측은 KISO의 검색 키워드 제한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 노출(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 등) △명예훼손(허위사실로 인한 피해 등) △성인·음란, 불법·범죄 △오타, 욕설·비속어 △법령에 의거해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상업적 혹은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경우 등을 모니터링해 검색어 노출을 제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3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해 6월3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비롯해 자동완성 검색어와 연관검색어가 위와 같은 기준에서 노출 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신고’ 버튼과 네이버 고객센터를 통해 삭제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주장에 따른 제외 요청은 당사자 또는 위임받은 대리인의 요청이 있어야 검토와 조치가 가능하다.

네이버 측이 이런 검색어 제외 규정과 기준을 밝히고 있는데도 ‘검색어 조작’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검색어 외에도 댓글과 뉴스 배열 등 그동안 내·외부에서 얼마든 조작이 가능했던 포털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KISO 검색어 검증위가 지난해 10월23~26일 만 19세 이상 60세 미만 전국 남녀 2000명(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을 대상으로 한 네이버 검색어 서비스 이용과 정책에 관해 조사에서도 검색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에 비해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5점 기준 만족도 3.35, 신뢰도 3.0)

이번 조사를 수행한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검색어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용자들은 검색어 서비스의 사회적 영향력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중단보다는 검색어 서비스가 지속돼야 한다는 응답이 훨씬 많다”며 “그럼에도 검색어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물론 실제로 검색어 서비스가 불공정한지 아니면 불공정한 인식이 많은 것인지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으나, 중요한 것은 사업자들이 검색어 서비스의 신뢰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용자들은 누구보다도 사업자들이 스스로 자기책임의 원칙하에 검색어 서비스를 관리하고 투명하게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포털사업자의 검색어 서비스 중단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검색어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63.7%)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중단해야 한다’(7.5%)는 이용자는 ‘상관없다’(16.8%)와 ‘잘 모르겠다’(10.7%)는 응답보다 적었다.

아울러 이용자들은 검색어 서비스의 기준 공개와 검증 절차의 필요성을 높게 인정하고 있었다. 검색어 서비스 운영 원칙이나 검색어 제외 기준 공개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79.0%)는 의견 비율이 ‘잘 모르겠다’(10.4), ‘공개할 필요 없다’(10.4%)는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KISO 검색어 검증위와 같이 네이버의 검색어 서비스에 대한 외부 기관의 검증도 87.1%의 이용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필요없다’ 4.6%, ‘잘 모르겠다’ 8.4%).

▲ 지난 8일 뉴스타파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⑤ 네이버 여론조작과 CJ 회장 구명” 리포트 갈무리.
지난 8일 뉴스타파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⑤ 네이버 여론조작과 CJ 회장 구명” 리포트 갈무리.
김기중 KISO 검색어 검증위원장(변호사)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털사업자가 검색어 서비스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인정하는 게 맞다”며 “사람들은 사업자가 연관 검색어 등을 손대지 않는다고 더 많이 인식하지만 사실 굉장히 많이 손댄다. 이용자 설문조사에서도 ‘손대는(개입하는) 게 맞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용자들은 뭔가 손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다 변화가 생기면 조작이라고 오해한다”며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떤 기준에 의해 개입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널리 알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성옥 교수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실제 포털은 일정 정도 개입해 불필요하거나 타당하지 않은 검색어를 제외하고 있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선 ‘조작이 없다’는 말로 표현하니까 이용자들은 어느 날 검색어가 사라지면 조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이용자 이해의 불일치에서 나오는 신뢰도 저하여서 차라리 개입 과정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외부기관을 통해 검증받고 있어 부적절한 검색어 조작 없으므로 믿어달라고 홍보하는 게 훨씬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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