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단체들이 20일 “지상파 방송사가 저녁종합뉴스를 피해, 전체 방송의 5%만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건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등 11개 장애인권단체는 이날 서울 저동 인권위원회 앞에서 ‘수어통역을 통한 방송시청권 보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상파 3사에 메인뉴스 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는 고시를 개정해 지상파 방송사가 할 수어통역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라고 했다.

KBS·MBC·SBS 3사는 방통위 고시에 따라 방송시간 가운데 5%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한다. 방통위는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를 정하고 있다.

▲ ‘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등 11개 장애인권단체는 20일 서울 저동 인권위원회 앞에서 ‘수어통역을 통한 방송시청권을 보장하라’ 기자회견을 연 뒤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 ‘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등 11개 장애인권단체는 20일 서울 저동 인권위원회 앞에서 ‘수어통역을 통한 방송시청권을 보장하라’ 기자회견을 연 뒤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방송사는 정작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수어통역을 하지 않는다. 8~9시에 방영하는 메인뉴스를 통역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은 정보이용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3사가 5%를 어기면 제재를 받으니 지키지만, 통역 시간대는 프라임타임은 빗겨간다”고 했다.

이들은 수어통역 방송을 5%로 정한 규정도 문제라고 했다. 방통위 고시를 고쳐 수어통역 비율을 단계적으로 30%까지 올리고, 최종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애인이 동등하게 방송에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와 지상파 방송의 공익성을 5% 통역만으론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김철환 활동가는 “인식의 문제”라고 했다. “어쨌든 경비가 나가고, 부가업무가 생기니 불편하게 생각한다. 화면을 가린다는 말은 원하는 청각장애인만 수어통역을 노출하는 기술이 구현돼 이를 핑계로 댈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지난해에도 인권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제시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사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했다.

이날 인권위 진정에 참가한 윤정기 씨는 “(한국어와 수화언어를 동등하다고 인정한) 한국수어법이 2016년 만들어졌을 때 농인의 한 사람으로 매우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3년을 지나면서 실망했다. 지상파 3사 모두 메인뉴스 통역을 안 해 볼 수가 없다”며 “인권위가 차별 진정을 잘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권위에 이 같은 요구를 담은 진정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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