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하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다거나 더 나쁘다고 보도하자 청와대가 “먹칠하지 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는 더 이상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비화되는데 정부가 할 말은 해야겠다고 보고 이런 입장을 냈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오후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해 주십시오’라는 대변인 논평에서 “블랙리스트란 말이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있다.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의 산하기관 인사를 비교하면서 우선 대상이 다르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발표(2018년 5월)를 보면 대상은 민간인들이며 영화·문학·공연·시각예술·전통예술·음악·방송 등에 종사하는 분들이 목표였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이번 환경부 건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들로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을 본질로 하는 분들”이라며 “짊어져야 할 책임의 넓이와 깊이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 숫자(규모)를 두고도 김 대변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여 동안 관리한 블랙리스트 관리 규모는 2만1362명에 달하며 피해가 확인된 것만 문화예술인 8931명과 342개 단체였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블랙리스트 작성, 청와대 개입 근거’라고 주장하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에 거론된 24개 직위 가운데 임기 만료 전 퇴직이 5곳에 불과하며, 임기 초과 퇴직은 9곳으로 2배 가량 많다고 했다. 환경부 뿐 아니라 다른 부처 산하기관은 대부분 임기를 보장받았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문건 생산과 적용 등 작동방식도 다르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을 경유한 뒤 문체부와 문예위로 내려보내 지원사업 선정에 반영했다. 김 대변인은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런 일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그런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업무 성격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의 인사 방향을 보고받고 협의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일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도 정상적 업무절차”라고 했다. 그걸 문제 삼는다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에 정의한 블랙리스트의 개념을 두고 김 대변인은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정부조직을 동원해 △치밀하게 실행에 옮긴 것 등이라며 “네가지 조항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엄밀하게 따져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장관이 일부 산하기관에 감사를 벌이도록 한 것을 두고 김 대변인은 “적법한 감독권 행사다.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산하기관 인사, 업무 등 경영 전체에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할 권한을 지니고 있다(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조)”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이런 권한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며 “감사 수단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에 있다.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최대한 조용히 지켜볼 것이다. 언론도 블랙리스트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일부 언론 보도가 더욱 씁쓸한 것은 과거의 보도 태도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구태여 문구를 인용할 필요까지도 없다”면서도 기사 제목과 일부 보도를 제시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2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김현철 경제보좌관 사퇴 발표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2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김현철 경제보좌관 사퇴 발표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SBS 기자와 설전도 벌여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 같은 논평을 발표한 직후 정례 현안브리핑을 통해 “할말은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날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환경부 산하기관장 사표현황 문건을 보고받았다고 첫 보도한 SBS의 청와대 출입기자와 날선 논박을 펴기도 했다.

SBS 기자는 김 대변인 논평을 두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박근혜 정부와 비교했는데, 지원배제가 핵심이지만, 이 사건도 찍어내기 표적감사 아니냐고 볼 때 비교 대상이 안 되느냐”고 질의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 수사중에 있기에 지켜보겠다. 다만 이 사건 자체를 (언론이)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기 때문에 (논평으로)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두 사건이)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 언급을 안해 질문했다”며 “산하기관장 임명권이 대통령 권한이라고 했는데, 임면권은 임원추천위가 있어서 자율로 하도록 돼 있고, 기관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고 질의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업무를 잘하고 있는지 장관이 감독할 권한이 있고, 해임하거나 해임건의할 권한이 있다”고 반박했다.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김 대변인이 지난 12월에 했던 얘기로는 보고받은 게 없다고 했는데, 어제 답변은 보고 받았다고 시인한 것 아니냐’는 TV조선 기자의 질의에 김 대변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보도) 화면상에 김태우 문건을 보여줌으로 해서 그렇게 오해될 여지는 있었다고 본다. 여전히 김태우 문건이 청와대 담장을 넘어와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사퇴를 종용하는데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김 대변인이 어제 정상적 업무절차라고 말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의에 김 대변인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정상적 업무절차였다면 자유한국당이 고발하거나 이슈가 되기 시작했을 때 입장을 내지 않고 왜 이제야 이런 입장을 냈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김변인은 “오늘 글을 쓴 것은 이 문제가 블랙리스트로 비화되는데 우리 정부가 할 말은 해야겠다고 해서 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의겸 대변인이 제시한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과 장관들의 산하기관장 공개 사퇴요구 발언들 모음이다.

▲ SBS가 지난 19일 방송한 8뉴스. 사진=뉴스영상 갈무리
▲ SBS가 지난 19일 방송한 8뉴스. 사진=뉴스영상 갈무리
언론과 MB 정부 주요인사들의 기관장 공개적인 사퇴 요구

<조선. ’08.03.06> [사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는 사람들

<문화. ‘08.03.13> [사설] 盧정권 ’낙하산 코드 인사‘ 스스로 물러나야
<중앙. ’08.03.13> [사설] 코드인사와 임기보장...하자있는 인물,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른 처신
<동아. ‘08.02.26.> [오늘과 내일/홍찬식 논설위원] 새 문화부 장관의 악역 - 새 정부는 최소한의 ’악역’(인적 쇄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조선. ‘08.03.18.> [사설] “무능한 코드 정리”… “옥석은 가려야” - 유장관 공개 퇴진압박…일부 단체장 반발
<중앙. ‘08.03.19.> [사설] 색깔들은 버티고, 엉뚱한 사람만 나가니
<중앙. ‘13.03.28.> (朴정부)공공기관 111곳 경영평가 기관장 물갈이 압박 시작 - MB 정부 땐 검찰·감사원 총출동 303개 공공기관장 중 32% 교체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 (08.3.12,강연 中) :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청와대 관계자 (08.3.14,한겨레) :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사퇴가 여의치 않을 경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전 정권 기관장들은 대통령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말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08.7.24,국회 공기업특위)

-박영선의원 질의: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사장들에게 일괄사표 종용했나?”
=강만수 : “공공기관장 일괄 사표, 정치적 재신임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알고 있다” “인사권자가 바뀌었으니 재신임을 묻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 “업무성과, 전문성, 경영자로서의 역량 등을 참작해 유임 여부 결정할 것”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 (`08.7.24,국회 공기업특위)

-조영택의원 질의 :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 사표제출 요구했나?”
=배국환 : “지난 5월 공공기관 운영위원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임명권자가 바뀌었는데 재심임 절차를 밟겠느냐고 물은 적 있다”

-박근혜 정부 고위관계자 (`13.5.10,중앙일보) : “국책은행 등을 포함해 주요 공기업 사장들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을 예정”,“시점은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가 될 것이고 오래 걸리지 않을 것”

유인촌 당시 장관 관련 발언 

-광화문문화포럼 강연. ‘08.3.12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름의 철학과 이념을 가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
-중앙일보 인터뷰. ’08.3.17 : “김정헌, 김윤수, 신선희, 정은숙, 신현택 등 등 5명 물러나야. 김정헌 위원장, 김윤수 관장 끝내 자리를 고집하신다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낱낱이 공개할 수밖에 없다” “코드로 자리에 앉았지만 능력을 발휘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분이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당연히 임기를 보장받는 게 맞다...문제가 되는 건 계속 잡음을 일으키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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