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원들을 탄압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김장겸 전 MBC 사장이 19일 “권력과 언론노조가 날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성대)는 이날 오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장겸 전 MBC 사장에게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 등 전직 MBC 경영진이 2012년 파업에 참여했던 MBC 기자·PD·아나운서 등을 현업에서 부당하게 내쫓고 노조 탈퇴를 지시·종용한 사실, 승진 심사에서 노조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행위 등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법리 논란을 떠나 제가 결재하거나 관여하지도 않은 기소 내용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이번 사건 본질은 8개월 만에 사장직에서 강제로 해임된 언론탄압의 희생자인 저를, 권력과 언론노조가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덧씌워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2월 MBC 사장에 선임됐지만 이에 맞선 MBC 기자·PD·아나운서 등 구성원들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그해 9월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 전 사장은 노조 파업 중이던 2017년 11월 해임됐다.

당시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밝힌 해임 사유는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훼손 △MBC를 정권 방송으로 만든 것 △노조 탄압과 인권 침해 △시대에 역행하는 리더십 △방문진 경영지침 불이행 △신뢰와 품위 추락 △무소신·무능력·무대책 등이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이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에 개입한 결과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김 전 사장은 19일 페이스북에 “과정을 살펴보면 ‘공영방송이 무너졌다’는 문재인 대통령 언급이 있은 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고발이 이어졌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행해졌다. 부당노동혐의로 현직 방송사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며 “당시 폭로된 민주당 방송장악문건에 실행 계획이 드러났다. 공영방송 전직 사장, 부사장 등 4명이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나란히 재판을 받는다는 자체가 해외토픽감이지 않느냐”고 썼다.

김 전 사장은 최승호 현 MBC 사장 체제를 겨냥해 “공영방송이 언제부터 어떻게 무너졌는지는 시청자와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최근 서울대 연구진이 공영방송 사장들이 바뀐 뒤 편향성이 심각해졌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하지 않아도 시청률과 영업 실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사장은 지난달 재판 최후진술에서 “노동부와 검찰은 경영진 퇴진을 목적으로 하는 언론노조의 파업은 불법임에도 눈을 감았다”고 비판한 뒤 “팩트보다 주의, 주장을 앞세우고 능력과 무관하게 코드 인사를 한 결과가 시청률 1%대까지 기록한 MBC 뉴스 신뢰도 하락과 1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다. 불과 1년 사이에 1000억원이 넘는 국민 재산을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의 노조 탄압으로 고초를 겪었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9일 판결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이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MBC 독립과 공정방송을 파괴하는데 부역한 자들에 대한 사법적 단죄의 출발점”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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