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원들을 탄압한 혐의로 전직 MBC 경영진이 19일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번 판결은 사법 단죄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성대)는 이날 오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장겸 전 MBC 사장과 권재홍 전 부사장에게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안광한 전 사장과 백종문 전 부사장도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노조 탄압으로 언론노조 MBC본부 활동이 피해를 입었고 기자·PD 인사 배제로 국민들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전직 MBC 경영진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노조 지배·개입을 위한 노조원 부당전보, 노조 탈퇴 종용, 노조원 승진 배제 등 혐의가 적용됐다. 

전직 경영진은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을 주로 탄압했다. 

▲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재판부는 “2012년 MBC 파업은 여러 차례 소송과 판결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MBC 경영진은 이 사실을 안 이후에도 파업 참여자와 노조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이 파업에 참여했던 MBC 기자·PD·아나운서 등을 현업에서 부당하게 내쫓고 노조 탈퇴를 지시·종용한 사실, 승진 심사에서 노조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행위 등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경제적으로는 불이익을 받지 않았고 피고인들이 MBC에서 오랜 기간 재직한 공로가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MBC 스스로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오늘 판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이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MBC 독립과 공정방송을 파괴하는데 부역한 자들에 대한 사법적 단죄의 출발점”이라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법부 판결이 튼튼한 법적, 제도적 기반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회와 정치권은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손을 떼고 국민이 직접 사장을 뽑아 방송 독립을 지키고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세우는데 협력해주기 바란다”며 “노조는 방송 주인이 국민임을 가슴에 새기고 오로지 방송 제작자 양심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만을 위해 MBC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장겸 전 사장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 “언론탄압 희생자인 저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려고 했던 게 본질이다. 판결 내용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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