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기로에 섰다. 발단은 지난 8일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이 주최한 공청회다. 발제자로 나선 지만원씨는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했고 김진태 의원 등 3인은 이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후 한국당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과 전당대회 내 극단주의 세력의 부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신들을 애국보수라 칭하는 친박 성향의 ‘태극기 부대’는 5·18 유공자 프레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JTBC 태블릿PC 입수 경위에 의혹을 제기하며 최순실 게이트가 허위라는 주장을 위한 포석으로 쓰려 한 것처럼, 유공자 명단에 흠결을 제기하면서  5·18의 성격을 부정하는 식이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들의 활동은 같은 부류인 김진태 의원을 적극 지지하고 다른 후보와 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18일 기준 유튜브 인기영상에는 “판흔드는 김진태, 이러다 당 대표까지?” “김진태의 대반전 제명 대신 당대표 직행?” 등 김진태 의원을 부각하는 영상과 “광주 찾은 애국시민들의 대활약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해라!!” “5·18 유공자 왜 감추나?” 등 5·18 유공자 프레임의 영상이 올랐다. 유튜브 인기영상은 짧은 시간 내에 조회수가 빨리 오른 콘텐츠 위주로 배열된다.  이들이 적극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레임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그러나 돌아온 건 싸늘한 여론이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세를 과시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만 과잉대표됐다. 18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7%p 하락한 25.2%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진태 등 3명의 의원 제명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64.3%에 달한 반면 반대는 28.1%에 그쳤다. 보수의 아성인 대구경북에서도 제명 찬성 여론이 57.6%로 나타났다. 제명안이 강력한 징계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한 여론의 추이를 가늠케 한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언론은 또 한번 ‘태극기 부대’와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조중동은 일제히 기사와 사설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시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8일 “한국당 전대 점령한 2% 태극기 부대”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들 세력의 과격한 행동을 부각했다. 보수 정치권 내부의 비판도 잇따른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 장제원 의원, 권영진 대구시장 등은 이번 이슈를 쟁점화하며 5·18 부정세력과 선을 그었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도 한국당에 적극 공세를 펴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의 태도는 어정쩡하다. 처음 논란이 됐을 때 나경원 의원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논란을 키웠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처음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다 논란이 확산되니 징계 논의를 시작했다. 지금도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당과 당 지도부는 난처해졌지만 한국당 스스로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면이 강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나경원 원내대표가 ‘신의한수’ 등 채널에 출연하고 유튜버들과 소통을 강조하는 등 ‘태극기 부대’를 자신들의 지지기반으로 활용해왔다.

▲ 18일 기준 유튜브 인기영상 목록.
▲ 18일 기준 유튜브 인기영상 목록.

지난 17일 JTBC ‘썰전’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으로 당세가 급격하게 위축됐고 지지층도 많이 빠져나가다 보니 그 공백을 이른바 ‘태극기부대’가 메우고 있다. 지금 한국당 안에서는 태극기부대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고 있는 구조다. 태극기부대의 요구에 호응해야 당권도 잡고 당내에서 당직도 맡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전당대회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로 가야하는가’ 세 가지를 제시해야 하는데 3불 전당대회가 됐다”며 “국민 눈높이도 못 맞추고 역사적 퇴행을 스스로 조장하며 고립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상황을 가리켜 “한국당의 미래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미래를 봤을 때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사태에 대해 당사자들의 사과, 징계, 지도부의 자성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극기 부대’를 대변할 것인가, 상식적인 보수로 거듭날 것인가. 한국당은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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