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인이 있다. 그는 지난해 어떤 언론사 기자에게 고백했다. 

“가끔 급히 용돈 필요할 때 ‘남자 VS 여자’ 프레임을 씌워 갈등을 조장하는 기사를 쓴다. 우리 회사가 디지털 수당을 주거든. 조회 수로 기사를 엑셀로 쫙 줄 세워서 매달 1위부터 3위까지 포상금을 줘”

이렇게 말한 기자는 바로 9대 아침 종합일간지 중 어느 한 곳을 다니고 있다. 이 회사는 안티페미니즘 기사를 거의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는데 다른 언론사 기자들 사이에서도 악명높다. 안티페미니즘 기사를 쓰면 조회 수도 잘 나오고 내부에서는 페미니즘을 비판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며 박수도 받는다고 한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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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서 기자들의 기사를 조회 수로 줄 세우는 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 통신사를 퇴사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기사 조회 수로 등수 매기는 문화 때문에 힘들어 퇴사했다고 밝혔다. 기자는 “조회 수로 순위를 매긴 엑셀 파일을 전 사원에게 메신저로 돌렸다. 매일 꼴등 쪽에 있는 내 이름을 보면서 기자로서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같은 통신사를 퇴직한 기자도 “난 국제부 기자였다. 부서 특성상 조회 수가 잘 나오는 기사를 쓰기 힘든데 데스크는 맨날 조회 수 이야기만했다. 원형 탈모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영진과 데스크급 인사들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한 언론사 대표였던 A씨는 “언론사도 결국 회사다. 나도 회사 운영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조회 수 높이라는 게 어려운 부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의 부장도 “영업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좋은 기사 써서 조회 수 올려달라는 게 무리한 건가”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조회 수는 기자가 신경 써야 할 책무인지 기자들에게 물었다. 여러 의견이 있었다. “아예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한 번씩 조회 수 많이 나올 것 같은 기사 써주면 되지”라고 주장하며 무뎌진 기자가 있는가 하면, “포털에 종속돼 조회 수로 수익 내려는 생각 말고 다른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황색 저널리즘이 횡행하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자들이 훨씬 많았다.

언론사는 일반 회사가 아니다. 일반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앞에 붙은 ‘언론’을 떼는 게 맞다.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좋은 보도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조회 수에 매달리는 환경을 유지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기사 양산에만 도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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