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본부장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두고 SNS상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2심 유죄 판결 이후에도 안 전 지사 성폭력 사건에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는 와중에 산하 정책연구소 본부장이 비방성 공개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 리서치전략&뉴프레임본부장 이아무개씨는 지난 1일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 뒤 해당 판결과 피해자 김씨 측을 두고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댓글을 올렸다.

이 본부장은 항소심 선고 이튿날 안 전 지사 지지자가 쓴 전체공개 게시글에 “5~6쯤 뒤 고소인 어떻게 사는지 두고 보자. 지 습성 못 버릴 거다”라고 댓글을 썼다. 안 전 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지난 14일 “이 사건은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고 주장한 글에는 “상하원 동영상이 이번 재판의 핵심증거다. 논란이 벌어지겠다. 김지은 말도 상하원에서 계속 바뀌고 있고 그 말이 거짓임을 알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13일엔 한 댓글에서 “김지은 쪽은 흑도 백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논리를 방어하고 개발하고 그런다”라고 적었다.

항소심 재판부를 놓고도 댓글을 썼다. 민주원씨 글에 “김지은은(을) 탄핵하지 않은 판사가 불성실해보인다”고 적었다. 지난 3일 한 변호사가 안 전 지사가 받은 형량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쓴 글에는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 지난 1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혐의 항소심 선고 이후 이아무개 민주연구원 리서치전략&뉴프레임본부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 가운데 3건.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지난 1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혐의 항소심 선고 이후 이아무개 민주연구원 리서치전략&뉴프레임본부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 가운데 3건.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민주연구원은 정당법상 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의무로 세워야 하는 정책연구소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지사의 항소심 결과에 지금껏 침묵해왔다. 1‧2심 선고 당시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이 선고 당일 일제히 논평을 내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 본부장은 김씨에 대해 악성댓글을 작성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지난해 10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에 고발당해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선거캠프에서 SNS전략팀장을 지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에는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검증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충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이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댓글은 민주연구원 본부장이 아니라 개인으로 올린 의견이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항소심 선고에 대해 그런(비판하는) 기사와 평들을 많이 봤다. 민씨와 안 전 지지자가 올린 글 등을 보고 (현 상황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배복주 전성협 공동대표는 “민주당에서의 경력과 안 전 지사 관련 직책을 수행한 위치를 볼 때 그의 발언은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김씨와 안 전 지사를 모두 아는 사람으로 그의 발언은 김씨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사건의 본질을 분산하고 김씨의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공격하는 댓글을 썼다는 점에서 이 본부장은 2차 가해의 생산자이자 유포자”라고 비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해당 발언들이 김지은씨뿐 아니라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 영향을 미치는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송 처장은 “(해당 댓글 내용은) 프레임을 바꿔 다른 식의 2차 가해를 유도하는 글쓰기”라며 “이 사건은 1차로는 피해당사자가 있고, 그를 지지하는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도 사건에 관심이 많다. 댓글을 보면서 간접·직접 피해를 보는 건 김지은뿐만이 아니라 더 있을 수 있다. 그들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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