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보도를 한 기자에게 시민이 직접 후원하는 방안이 연구 중이어서 주목된다. 실제 정책으로 도입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 중인 전문가와 자문을 했던 인사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지방자치단체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쿠폰을 지역 주민에게 나눠주면 지역 주민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한 언론인에게 직접 쿠폰을 주는 제도다. 최초 이영주 경기도 의회 의원이 제안한 내용이다. 경기도 의회는 정책 도입 효과와 실효성 등을 따지기 위해 지난해 12월 미디어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에 용역을 맡겼다. 오는 3월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해당 연구는 수도권 지역 특성상 경기도민들이 지역 뉴스를 잘 보지 않고 이에 따라 지역 뉴스 종사자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나쁜 콘텐츠’만 생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실험적 내용이어서 연구팀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기자를 후원할 시민 패널을 선정하는 방식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연구팀은 △무작위 선정 방식 △지원자를 받는 방식 △미디어리터러시를 공부하는 학생 등 미래의 지역 언론 독자층을 선정하는 방식 등을 놓고 논의했다. 연구팀은 외부 개입을 최대한 차단시키기 위해 무작위 선정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연구팀이 제도 시행을 위해 산정한 예산은 경기도 공보 비용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억 원 정도다. 기자 후원 시민 패널 규모가 1만명이라고 한다면 1인당 10만원 상당의 쿠폰이 주어지고, 1년 동안 10만원 한도 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를 클릭해 후원할 수 있게 된다.

어뷰징 기사나 단순 사건‧사고 기사, 가십성 기사 등을 제외시키고 좋은 기사를 어느 정도 선별한 뒤 시민들의 선택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는데 선별 과정에서 편향성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연구팀은 △기자들이 직접 자신의 기사를 올리는 방식 △선정위원회를 통해 좋은 기사를 올리는 방식 △언론사별 내부 경쟁을 통해 좋은 기사를 정해서 올리는 방식 등을 논의했다. 이 중 선정위원회에서 기사를 선별하는 방식은 위원회 구성원을 누구로 채울 지부터 위원회 운영 방식까지 여러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해 보류했다. 연구팀은 지역 기자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선정위원회 선별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시민의 선택을 받도록 선별된 좋은 기사 리스트를 어디에 올릴지도 논쟁이 예상된다. 연구팀은 △경기도에서 직접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빅데이터 자료) 사이트를 활용하는 방안 △포털과 협업하는 방안 등을 연구했다.

해당 연구가 제도로 도입되더라도 계속해서 정책 실행 효과를 가지려면 언론매체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시민들이 좋은 기사에 후원한 금액 중 일부를 언론사에 분배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연구에 참여 중인 이준형 연구원(서강대 신문방송학과)은 “시민이 직접 좋은 기사를 선정하면 좋은 퀄리티의 보도가 자연스레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공적인 모델로서 취지에 공감한다면 지역 언론을 혁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도가 정착되면 언론매체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공보비와 광고비에 크게 의존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 수입을 다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득이 될 수 있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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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자문을 줬던 민진영 경기도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 독자들이 경기지역 언론을 잘 보지 않으면서 기자들도 힘들어한다. 해당 연구는 지역민이 직접 좋은 기사를 판단하게끔 유인할 수 있고, 역으로 언론들도 좋은 기사를 쓸 수 있게 만들고 조금이나마 기자들에게 재정적 후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지역 현장 취재 기자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 기자는 “퀼리티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좋은 매체와 나쁜 매체를 구분해주는 차원에서 시민이 직접 선별하는 것은 파격적”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만약 부동산 관련 기사에 그 지역 주민들이 쿠폰을 던지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연성 기사지만 문화부 기사에서도 좋은 내용이 있는데 하드한 기사에만 쿠폰이 몰릴 경우 뜻하지 않게 기자들 사이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의 미디어 선정 단계부터 장벽 진입 문제로 기득권 논쟁이 벌어질 수 있고, 좋은 기사를 선정할 시민을 뽑는 방식을 놓고도 대중 여론을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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