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용 교수가 KBS1TV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자로 10년 만에 복귀하며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16일 방송에서 ‘5·18 왜곡 처벌법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5·18 망언 파문 이후 여야 정치권은 역사 왜곡을 방지할 한국판 ‘반나치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정의 구현이냐’, ‘표현의 자유냐’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이날 방송 패널로는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휘 세명대 교양학부 교수가 출연했다. 이들은 모두 역사적 가치가 입증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훼가 반복되는 상황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했지만, 특별법 제정에 있어서 박성중 의원과 이상휘 교수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심야토론'의 한 장면.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심야토론'의 한 장면.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심야토론'의 한 장면.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심야토론'의 한 장면.
특히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영삼 정부 당시 광주사태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격상됐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5.18 유공자 명예와 폄훼 왜곡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당의 주관”이라 말하면서도 ‘반나치법’과 관련해선 ‘교각살우’(잘못된 점을 고치려다 방법이 지나쳐 일을 그르침)라 비유했고, “법이 제정된다면 언론과 학문, 예술의 제약을 가져올 수 있으며 국가가 얼마든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이날 “국가가 모든 사상과 역사관을 검열한다면 북한, 중국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면 특정 이데올로기적 사상이 지배해 버리고 결국 공산주의가 될 것”이라며 법적 규제 시 초래될 극단적 상황만을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내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던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특별법에 난색을 표하는 장면이었다.

박 의원은 토론 내내 법은 ‘최후의 수단’이라 단언하면서 “교육이나 토론, 사회적 운동 등 법이 아닌 영역에서 먼저 해결하면 되니 급하게 할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차원에서 5·18 관련 허위사실유포나 막말 등을 교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한상희 교수의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못했다.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심야토론'에서 발언하는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심야토론'에서 발언하는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이날 토론을 지켜보던 국민패널 김예찬씨는 피해자를 추정할 수 없어 5·18명예훼손혐의 무죄판결을 받은 지만원씨 사례를 언급하며 박 의원을 향해 “광주 민주화 운동이 끝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건에 대해 논란이 있는 건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며 “이를 규제할 법안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왜곡 주장이 정당화되고 재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명시적인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욕하는 발언들을 규제하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만을 문제 삼는 건 무책임하고 게으르다”고 주장했다.

이날 생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문자 의견을 실시간으로 받아 하단 자막으로 중계했는데 이 중에는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듭시다’, ‘막말의 자유도 보장해야 합니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까지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등의 반응이 등장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처벌되지만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측정되지 않은 포괄적인 모욕이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났기에 현행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면서 “결국에는 이를 제지할 입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만원과 같은 사람들이 만든 허위뉴스를 보면서 그 생각과 말을 따라가는 사람이 너무 많이 생긴다”며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의 확산을 법이 필요한 현실적인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 8일 공청회 이후 ‘가짜 유공자들에게 세금을 강탈당했다’, ‘5·18로 이룬 민주화 성과가 뭔가’라는 식의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유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기 다른 생각들에 대한 폭넓은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보장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주장과 행동에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라며 5·18왜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5·18 희생자들은 자신에 대한 모욕을 어디까지 감수해야 할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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