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가는 사람들은 재밌게 놀려고 가는 거다. 남성에게 물뽕 맞고 성폭행당하려고 가는 게 아니다. 내 동생이든, 친구든, 누나든 누구나 다 당할 수 있는 일이다” 클럽 ‘버닝썬’을 연속보도하고 있는 이문현 MBC 기자가 말했다.

‘이주의 미오픽’은 미디어오늘이 소개하고 싶은 기사를 쓴 기자를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미디어오늘 미디어팀 기자들이 만난 기자들의 이야기가 담깁니다. ‘이주의 미오픽’ 4화 주인공은 이문현 ‘MBC’ 기자입니다.

 

▲ 이문현 MBC 인권사회팀 기자가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이문현 MBC 인권사회팀 기자가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이문현 기자는 1월28일 “붙잡고 ‘집단폭행’했는데… 맞은 사람이 ‘가해자’”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클럽 버닝썬에서 있었던 폭행, 물뽕, 경찰과 클럽 유착 논란 등을 보도했다. 첫 보에서 클럽 관계자에게 폭행당한 김상교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은 클럽 관계자는 제외한 채 김씨만 연행했고 연행과정에서 경찰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큰 논란이 일었다.

이문현 기자는 지난해 12월14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씨가 ‘보배드림’에 올린 글을 봤다. 그는 “믿기지 않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경찰이 사람을 때리냐고 생각했다. 처음엔 직속 선배에게 ‘별일 아니다. 클럽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보고했다. 선배는 제 보고가 못 미더웠는지 ‘보배드림’을 통해 김씨에게 ‘한번 만나자’고 쪽지를 보냈다”고 했다.

 

▲ MBC는 지난달 28일 클럽 버닝썬 관련 첫 보도를 했다.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MBC는 지난달 28일 클럽 버닝썬 관련 첫 보도를 했다.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그리고 2주 뒤인 12월28일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클럽과 지구대 CCTV, 순찰차 블랙박스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 했지만, 두 차례나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김씨의 주장만 있었던 상황에서 모든 걸 믿을 수 없었다. 자리를 뜨려는데 공교롭게도 김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해둔 CCTV 자료가 메일로 왔다. 법원이 경찰에 CCTV 영상을 김씨에게 공개하라고 결정해 받은 자료였다. 김씨의 메일에 온 CCTV를 본 순간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문현 기자는 “경찰이 보낸 영상에서 경찰차 블랙박스는 통편집이 돼 있었고 와이퍼가 2배 이상 빠르게 움직인 것을 봤다. 역삼지구대 내에 CCTV가 여러 개 있는데 한 개만 공개된 것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법원이 수사기관에 증거를 공개하라고 명했는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제대로 응하지 않아 당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 MBC는 지난달 29일 경찰이 증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MBC는 지난달 29일 경찰이 증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에는 클럽 ‘버닝썬’에서 있었던 ‘폭행과 인권침해 사건’을 보도하자 여러 건의 제보가 왔다고 한다. 바로 ‘물뽕’ 관련 제보였다. 이 기자는 “첫 번째 제보는 태국인 남성이 준 술을 두 세잔 마시고 정신을 잃은 후 여성이 성폭행당한 사건이었다. 한 명의 사례라면 믿기 어려운데 두 명, 세 명, 네 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피해 여성 대부분은 클럽에 맡겨 놓은 짐을 찾지 않고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자신이 어떻게 숙박업소에 가게 됐는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모두 수사기관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불기소 처분 이유는 약물 음성반응이 나온 점과 여성이 자기 발로 숙박업소에 들어갔다는 점에서다. ‘마약전담 검사’ 출신인 김희준 변호사는 “물뽕은 체내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 감정 시간에 한계가 있어 최근 몇 년 동안 투약 사범으로 처벌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이문현 기자는 “흔히들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술 먹고 뻗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물뽕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다는 건 다를 수 있다. 경찰이 물뽕 투약 상황을 고려한 수사가 아닌 일반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문현 기자는 피해 여성들이 자책하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피해 여성들이 물뽕이 들어간 술을 마셔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발로 직접 숙박업소에 들어가는 CCTV를 보고 그때부터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지 재밌게 놀려고 클럽에 간 것뿐이다. 물뽕같은 마약을 술에 넣은 사람들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뽕이 쉽게 악용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 이를 제대로 연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문현 기자가 항증진성 마약류인 물뽕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전문가 인터뷰를 기사에 넣으려고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병원에 연락해 봤으나 인터뷰이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범죄에 악용되는 물뽕을 두고 국과수조차 연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버닝썬’ 클럽을 이용하는 VIP의 증언도 있었다. 이 기자는 “클럽VIP라는 인터뷰이들은 MBC가 설득한 게 아니라 직접 나서 제보했다. VIP에게 클럽 직원들이 카톡으로 ‘물뽕으로 작업한 여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의식을 잃은 여성의 나체사진, 영상도 보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들의 증언이 큰 도움이 됐지만, 난관도 있었다. 지난 8일 이문호 클럽 ‘버닝썬’ 대표가 김상교씨와 제보자 2명을 고소했다. 한창 제보가 물밀 듯이 들어오던 시기였는데 제보자들이 위축됐던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곧 더 깊숙한 내부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이문호 대표가 제보자들을 고소했다는 보도를 보자 뻔뻔함이 지나쳐 화가 난다며 다시 제보해 왔다고 한다.

MBC는 지난 13일 클럽 ‘버닝썬’ VIP들과 다른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영상과 사진’이 성범죄 행각을 밝혀낼 중요한 물증으로 보고 이를 모두 사법당국에 제출했다. 다음날인 지난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이버수사대와 합동으로 수사관 35명을 투입해 클럽 ‘버닝썬’과 역삼지구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문현 기자는 경찰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기분이 탐탁지 않다”고 했다. 이 기자는 “만약 저희가 넘긴 자료가 결정적 역할을 해서 경찰 인력이 늘어난 거라면 굉장히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기분이 탐탁지 않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저를 포함한 선배들, 후배들, 캡, 바이스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강남 클럽 일대에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보도하면서 계속 드러나는 게 탐탁지 않고 아직 취재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문현 기자는 ‘국민과 경찰 형님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전달해 줄 때 힘이 난다고 밝혔다. 이문현 기자는 “취재원이 다 알고 지내던 강남라인 경찰 형님들이다. 부담됐다. 그러나 보도해야 했다. 우리가 기자를 하는 이유다. 보도가 나가고 나서 알고 지내던 경찰 형님들에게 전화가 왔다. 제 기사를 보니 (당시 경찰 대응이) 뭔가 좀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부담 갖지 말라고 해줬다. 그게 큰 힘이 됐다. 물론 댓글 응원도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이 기자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보도를 이어갈 것이다. MBC 인권사회팀 클럽 ‘버닝썬’ 보도팀은 현재 버닝썬 관련 제보뿐만 아니라 ‘강남 일대 클럽’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해 제보를 받고 있다.

“클럽에서 남녀가 자신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좋은 만남을 갖는 건 좋다. 하지만 약물을 먹이는 순간 여성의 의사와는 무관한 성관계가 이뤄진다. 명백한 범죄다. ‘거기 가는 여성들도 그걸 바라고 가는 거 아닌가’라는 댓글을 봤다. 참담하다. 누가 물뽕 맞으러 그곳에 가겠나”

이문현 기자는 마지막으로 더 많은 제보를 당부했다. 이 기자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물뽕 이거 하나라도 완전히 근절시킬 수 있도록 제보자들이 알고 있는 아주 사소한 정보라고 적극적으로 제보해 주길 바란다. 기사 쓰고 취재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시민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MBC가 열심히 취재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