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신문사 유료부수를 공표하는 ABC협회(이사장 이성준)가 때 아닌 ‘순위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사실이면 ABC협회의 공신력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ABC협회 유료부수공사 결과에 전국종합일간지 A사가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도(2017년분) 일간신문 164개사 인증부수결과에 따르면 A사는 전년보다 유료부수가 늘었지만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었다. 바로 앞 순위인 B사의 가판유료부수가 이례적으로 늘어서다.

2016년 B사 가판부수는 월평균 8698부인데 A사는 1만3058부였다. 그런데 2017년 B사 가판부수는 월평균 1만845부로 전년보다 2000부 이상 늘어난 반면 같은 해 A사 가판부수는 1만1959부로 전년보다 1000부 이상 줄었다.

▲ 종합일간지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종합일간지들. 디자인=이우림 기자.
A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내부적으로 지국실사가 잘못돼 부수공사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ABC협회에 보정 실사를 요구했으나 (ABC협회가) 거부했다”고 밝혔으며 “당시 ABC협회에 항의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ABC협회 사정에 밝은 신문업계 인사는 “지난해 ABC협회 부수공사에서 이성준 이사장이 공사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A신문사 공사는 잘 안 나오게끔 꼼꼼히 하고 B신문사 공사는 잘 나오게끔 대충하도록 유도해 공사원들이 실질적인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성준 ABC협회 이사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사원 압박 의혹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ABC협회는 “공사는 공사원이 증거주의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힌 뒤 “특정신문에 편의를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관련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ABC협회는 B사의 가판부수 급증에는 “2018년 가판과 특판을 집중 관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BC협회는 해마다 부수신고-본사공사-지국공사-보정신청(이의신청)-사후감리를 거쳐 최종 인증하는 공사절차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공사 신뢰도는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ABC협회 유료부수와 광고주들이 체감하는 부수와 갭이 계속 늘고 있다. 과학적 평가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이성준 ABC협회 이사장.
▲ 이성준 ABC협회 이사장.
이성준 이사장은 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 당시 언론위원회 본부장 겸 특보단장을 거쳐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문화특보를 역임했으며 이명박·박근혜정부 땐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맡은 뒤 2014년 10월부터 현재까지 4년4개월째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의 부수공사를 책임지는 ABC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성준 이사장 이후 신문업계 전체 유료부수는 ‘요지부동’이다. 각종 지표는 종이신문의 명확한 구독률 하락을 지목하지만 유독 ABC협회 결과에선 오히려 유료부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 이사장 취임 이듬해 국내 유료부수는 ABC협회 기준 △2015년도 0.36% 감소(-2만5553부) △2016년도 0.84% 증가(6만163부) △2017년도 0.59% 감소(-4만2047부) △2018년도 0.98% 증가(6만9752부)했다.

▲ 종이신문 정기구독률 추이. 구독률 하락세에 비해 유료부수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종이신문 정기구독률 추이. 구독률 하락세에 비해 유료부수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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