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선봉에 서 있는 네이버, 우리(조선일보)보다 연봉도 적은데 왜 복지만을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지난 12일 네이버 노조의 쟁의 예고 관련 조선일보 기사의 숨은 의도를 이렇게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공동성명이 11일 공식 쟁의행위 선포 기자회견을 연 후 네이버 노조가 요구하는 주요 안건이 다른 노조와 좀 다르다는 ‘이상한’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 기사의 요지는 다른 노조는 회사에 ‘임금 올려 달라’고 요구하며 쟁의에 들어가는데 왜 네이버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 없이 안식휴가, 유급 출산휴가 등 복지 혜택을 늘려달라고만 요구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네이버의 직원 평균 연봉은 2017년 8233만원에서 작년에는 9000만원 안팎으로 두 자릿수 증가할 전망”이라며 “대부분 직장인은 가지 못하는 안식휴가를 며칠 더 가겠다는 게 쟁의와 파업의 이유라면 이용자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네이버 노조가 현재 회사와 어떤 교섭을 하고 있고, 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돼 합법적인 쟁의에 돌입하게 됐는지 기초적인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와 네이버지회(공동성명)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앞에서 오는 20일 네이버지회의 첫 단체행동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와 네이버지회(공동성명)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앞에서 오는 20일 네이버지회의 첫 단체행동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네이버 노조 요구에 ‘임금 올려 달라’는 내용이 없는 건 현재 네이버 노사가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 노사는 이번에 임금협상이 아닌 단체협약을 놓고 협상해왔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12월6일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13차 교섭을 했다. 하지만 노사 교섭은 단협안 쟁점에 합의하지 못한 채 결렬됐고, 중노위 조정안을 사측이 거부하면서 노조엔 합법적 쟁의권이 생겼다.

단체교섭 관련 노조의 요구사항과 중노위 조정안 모두 ‘임금’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조선일보가 임금 얘기를 꺼낸 이유는 연봉이 높은 네이버(본사) 같은 사업장에선 노조가 파업 등 쟁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서다. 전형적인 ‘귀족노조’ 프레임이다.

조선일보는 네이버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했지만, 만약 네이버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인상을 요구한다면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글로벌 IT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을 펼 수도 있다.

앞서 조선일보는 IT업계에 계속해서 노조가 설립되는 상황에 “인터넷·게임업계에선 ‘자동차·중공업처럼 노사 분규가 일상화하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노사 관계마저 삐끗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체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기사를 썼다.

이에 대해 공동성명 측은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네이버 직원의 평균 연봉은 객관적 근거가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네이버 법인뿐만 아니라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처우까지 고민하고 출범했으며, 이들 회사 직원들도 포함(노조 가입)하고 있다. 평균 연봉으로 네이버 노조를 비판하고 싶었다면, 이번에 쟁의에 돌입하게 된 자회사의 연봉 역시 같이 공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 직원 평균 연봉이 2017년 기준 8233만원이라고 했지만 노조가 잡플래닛 등 기업정보 사이트를 통해 추산한 평균 연봉은 7606만원으로 조선일보 평균 연봉 8760만원보다도 적었다. 아울러 네이버 지회엔 16개 계열사 조합원도 포함돼 있는데 본사보다 연봉 등 처우가 열악한 곳이 다수다.

이외 학자금과 양육비, 복지금, 식비, 개인연금 등에서도 조선일보의 처우가 네이버 본사보다 월등히 좋았다. 조선일보 노사는 최근 ‘연봉 2.3%+복지포인트 50만원 인상’ 등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노사, 연봉 2.3% 인상 합의]

▲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B3면.
▲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B3면.
공동성명은 지난 15일 위클리 소식지에 “각 업계 1위인 네이버와 조선일보에 대한 기업/연봉/복지 비교를 해 보니 기사의 숨겨진 행간이 읽혀져서 무릎을 ‘탁’ 쳤다”며 “‘월급에서 자존심이 나온다’는 조선일보 노조의 주장을 존중하듯, 조선일보 노조도 타 노조의 정당한 요구 역시 존중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는 근무 여건이 열악한 계열사의 근로조건 향상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반의 기준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조선일보 기자들만’이라는 지엽적인 사고에서 탈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노조가 3년마다 주는 10일의 안식휴가를 15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조선일보 기사 내용과 관련해서도 공동성명 관계자는 “완전히 잘못된 팩트”라고 꼬집었다. 실제 네이버 본사와 계열사 일부에서만 안식휴가 대신 2년 만근 시 3년마다 10일의 휴가비를 지원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를 포함한 자회사 어느 곳도 기본 연차를 제외한 별도의 안식휴가가 없다”며 “3년에 15일의 유급휴가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의 일부로 노조가 수락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는 조정안을 수락했으나 사측의 거부로 쟁의권이 발생했는데도 조선일보는 마치 노조가 휴가를 더 가기 위해 쟁의를 하는 것처럼 곡해하고 있다”며 “특히 컴파트너스(고객센터 운영)의 경우 핵심 주장이 50분 업무 후 10분 휴식과 같이 정당하고 상식적인 것임에도, 안식휴가만이 쟁의의 이유로 꼽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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