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장급 인사 대상자 중 공정보도를 요구한 KBS 기자협회를 비난했던 인물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5일 KBS가 오는 3월 1일자 부장급 인사발령자라고 발표한 명단에 따르면 23개 부장급 인사발령 대상자 중 국제부장 박아무개, 뉴스제작2부장 이아무개, 뉴스제작3부장 박아무개 등이 KBS기자협회의 정상화를촉구하는 모임(이하 정상화 모임)에 속했던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화모임은 박근혜 정부 시절 2016년 3월 공정방송을 요구했던 KBS 기자협회를 향해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라고 비난하고 기자협회의 공정방송 요구 내용을 폄훼한 단체다. 정상화모임에 이름을 올린 129명은 성명을 통해 KBS 총선 보도를 감시했던 KBS 기자협회를 “특정 정치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KBS는 정상화모임 명단에 속한 인물들은 기자협회의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해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판단했고, 과거 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정상화모임에 올린 인사들이 직장질서 문란 및 편성규약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징계 요구 규정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이의를 신청했지만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서 사실상 적폐청산 작업이 중단된 가운데 KBS 부장급 인사 명단에 정상화모임 소속 인물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KBS는 정상화모임 명단에 오른 인사의 부장급 인사 논란을 안다다면서도 KBS 보도를 결정하는 국실장급 인사에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부장급 인사에서 과거 흠결이 있었어도 능력있는 인물을 찾아 인사했다는 입장이다. 소위 탕평 정책를 통해 통합형 인사를 내놓은 게 이번 부장급 인사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성래 수석부위원장은 “탕평인사나 능력있는 사람의 발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상화 모임에 있었던 인물은 자기 이름을 걸고 당시 알량한 보직을 유지하거나 갖기 위해 본부장 이하 국장, 해외특파원, 팀장까지 끌어 모았던 당시 사측의 친위부대 역할을 했던 모임”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조성래 수석부위원장은 “이런 모임에 속한 것에 반성도 없이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출석 요구에도 진술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는 상황”이라며 “적폐청산 과정은 끝나지 않았다.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 인사는 과거 세력과 결탁한 것이다. 부장급 인사라고 하지만 사장 자리만큼 중요한 보직이 아닌 보직은 없다”고 비판했다.

과거 정상화모임의 공격 대상이었던 KBS 기자협회도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기자협회는 18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부장급 인사에 대한 기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의견이 정리되면 이를 사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으로 남은 팀장급 인사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기자협회 운영위원회의 일정을 발빠르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아영 기자협회장은 “내부에서 콘텐츠를 포함해 인사에 대한 여러 가지 견제 장치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 대해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상화모임 소속 인물이 부장급 인사 대상자가 된 것은 KBS 적폐청산 작업에 제동이 걸리기까지 내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양승동 사장 연임 문제로 적폐청산 작업이 탄력을 받지 못했고 이에 더해 진실과미래위원회의 기능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적폐청산 의지를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협회 운영위원회 결정은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 분위기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S 25~35기 기자들은 정상화모임을 직접 눈으로 봤던 구성원이고, 35기 이하는 정상화모임을 겪지 않았던 구성원들이다. 부장급 인사는 25기 이상 인물로 채워져 있다. 25기 이상 선배급 기수와 35기 이하 후배급 기수의 분노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35기 구성원들이 기자협회 운영위원회에서 과거 적폐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힐 경우 이번 인사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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