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날 지씨의 입에서 흘러나온 ‘5·18 북한군 개입설’과 이를 두둔한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은 ‘5·18 망언’으로 명명돼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공청회 이후 5월 단체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서 규탄 성명이 이어졌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2일 광주시당 당원들의 보이콧에도 불구, 한국당 광주·전남당사를 방문해 한 시민으로부터 쓰레기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 또한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좋은 그림이 됐을 터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합동연설회 장면을 보면 김진태 의원은 이미 영웅이 된 분위기다.
상황이 이럴진데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백주대낮 왜곡·폄훼쇼를 펼쳤다. 지난 16일 광주시민들이 또다시 금남로에 쏟아져 나온 까닭이다. 이날 1만여명 시민들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망언 3인방의 제명·자격 박탈은 물론 한국당 해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5월 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광주시장, 지역구 국회의원, 각 정당 관계자들이 전부 나와 성토하는 걸 지켜보자니 문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 촛불집회가 떠올랐다.
김진태 의원은 그때도 ‘한 건’ 했다.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계였던 그는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부 매체는 이 발언 직후 벌어진 변화상을 보도했는데, 양초 모양을 한 LED 전구가 오프라인 매장의 품절 현상을 보인데 이어 인터넷 마켓에서도 9배가량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LED) 촛불은 바람에도 결코 꺼지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대답이었다. 매체는 이를 ‘김진태 효과’로 명명했다. 19대 대선에서 역대 최초로 민주계 정당 후보가 강원도에서 승리한 것도, 민주당계 춘천시장 당선도 김진태 덕(?)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김진태 효과’는 정말로 유효한 것 같다. 5·18 공청회 사태 이후 소수 극우세력 결집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한국당 지지율은 하락세로 전환됐다. 최근 김진태 의원 지역구인 강원도 춘천에서는 52개 단체가 ‘춘천 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를 꾸리고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에 주어진 5·18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권을 반납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5·18 왜곡·폄훼는 “우리의 민주화의 역사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의원이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기를 응원한다. 김진태 효과 덕 좀 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