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규모 행사를 준비중인 종교계 대표를 만나 100년 전에도 독립에 앞장섰던 종교인들의 참여로 뜻깊은 100주년을 기념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계 지도자와 오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민 골고루 잘 살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엔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 속해 있는 천주교의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대한불교조계종의 원행스님(조계종 총무원장), 기독교의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 원불교의 오도철 교정원장, 이정희 교령(천도교), 박우균 회장(민족종교협의회), 김영근 성균관장(유교) 등 종교인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이,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의겸 대변인, 조한기 제1부속·정현곤 시민참여·양현미 문화비서관 등이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종교의 역할과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와 닿는다”며 “100년 전 3·1 독립운동에 앞장선 민족대표 33인은 모두 종교인이었다. 따로 시위를 준비하던 학생들도 민족대표들의 독립선언식 준비 소식을 듣고 더욱 더 적극적으로,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초로 3·1 만세 시위를 벌인 서울, 평양, 진남포, 안주, 의주, 선천, 원산, 이 각지에서 종교가 먼저 하나가 됐는데, 그러자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았고 남녀노소, 빈부귀천과 상관없이 함께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또 태극기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범어사 등 전국 사찰에서 독립자금을 모았고, 원불교도 모금활동을 전개해서 성직자들이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천도교는 300만 명에 이르는 전국 교인들이 논과 밭, 또 황소를 팔아서 헌금을 모금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종교계의 헌신으로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연대와 협력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주 일주일간 전세계 종교인과 함께하는 세계종교인평화기도회를 개최하고, 3·1절 정오에는 전국 종교시설에서 시간에 맞춰서 일제히 타종이 거행될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은 “3·1 독립선언에 대한 큰 기념이 될 것 같다. 종교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민 모두 100주년을 더욱 뜻깊게 기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다. 국민 모두 골고루 잘살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나라이다. 국민과 함께 이 꿈을 꼭 이루고 싶다. 여기 계신 종교지도자들께서 지혜를 나눠주시고, 또 국민 통합의 길을 열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낮 청와대에서 7대 종단 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 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 문 대통령,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천도교 이정희 교령,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성균관 김영근 관장.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낮 청와대에서 7대 종단 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 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 문 대통령,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천도교 이정희 교령,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성균관 김영근 관장. 사진=연합뉴스
이날 청와대 본관 로비 계단 아래에 우측 벽면에는 기미독립선언서 원본이 인쇄된 대형 백월 설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 주간으로 들어가니까, 오늘부터 종교계는 3·1운동 100주년 세계종교인평화기도회를 이번 주에 시작하기 때문에 청와대에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강산을 다녀온 종교지도자들과 남북문제에 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염려하고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한반도의 평화에 큰 발전이 있었다. 다음 주에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종교지도자들이 금강산에서 열린 새해 첫 남북 간 민간 교류 행사에 다녀온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은 “남과 북 국민들이 함께 해금강 일출을 보면 얼마나 좋겠느냐. 우리 종교지도자님들께서도 그런 마음으로 다녀오셨으리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가 함께 잘 사는 번영으로 이어지도록 계속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희중 천주교주교회의 의장(대주교)은 “평화에 대한 열망이 똑같고, 또 우리는 하나라는 그런 의식 속에서 국제사회의 어떤 연대보다도 혈맹으로 이루어진 민족의 공동체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김 대주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북 서로 간의 신뢰 관계만은 서로 의심하지 말고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말’과 함께 자주 ‘우리 종교인들과, 북측의 종교인들과 남측의 종교인들이 자주 만나야만이 서로 의사소통이 왜곡되지 않고 잘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주문을 했고, 그쪽에서도 그렇게 화답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김 대주교는 “앞으로도 우리 종교인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일체의 어떤 정략적인 계산과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민족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고, 다만 우리끼리만의 평화가 아니라 우리 한반도의 평화를 통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 더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 한반도의 평화가 기여할 바가 크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앞으로 우리가 정말 더 웅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제가 몇 년 전에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적었던 내용을 다시 회상 시켰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천지의 그런 기운이 백두대간을 타고 한라산까지 이르러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가득 차서 우리 민족이 함께 손잡고 함께 춤출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소개해다. 앞으로 남북이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관계를 해치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은 “이번에 잠깐 해금강에 들러서 ‘신계사’에 들러 템플스테이와 사찰림 조성 문건을 서로 주고받았다”며 ”국가와 민족, 그리고 대통령님의 내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참석자 일동 “통일로”)”라고 건배사를 했다.

금강산을 다녀온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환담에서 북쪽은 좀 어떠냐고 묻자 김희중 대주교는 “왜 공사를 안 하느냐고 하죠. 문제가 많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UN안보리 제재 문제가 커서, 우리는 샌드위치처럼 낀 입장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