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99섬 가진 놈들이 1섬 가진 사람들한테 하는 짓“
“임금이 조각피자냐. 왜 이리 조각하냐”
“우리는 그 1섬이라도 안 뺏기려고 여기에 나왔다”(김영아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장)

현대자동차 및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식당을 주로 운영하는 현대그린푸드(대표 정지선·박홍진) 노동자들이 17일 오후 1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집회를 열었다. 현대차 전주공장, 남양연구소, 기아차 화성·소하리 공장 등에서 일하는 조리원 150여명이 모였다. 51년 전 법인이 설립된 이래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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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 전주·남양지회 등 조합원들이 2월17일 오후 1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 전주·남양지회 등 조합원들이 2월17일 오후 1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현대그린푸드는 지금 ‘상여금 월할 지급’으로 시끄럽다. 회사는 두 달에 한 번씩 주던 상여금을 지난 1월부터 돌연 ‘달마다 지급’으로 바꿨다. 사전 논의 절차는 없었다. 노조에 가입한 울산·전주·화성공장 식당조리원 대부분 1월 상여금을 그대로 현금으로 뽑아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한 현대그린푸드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2024년까지는 임금동결”이라고 말했다. 조리원들이 상여금 매달 지급을 최저임금 인상 저지 꼼수라 부르는 이유다. 원래 시급계산에 포함되지 않던 상여금이 올해부터 계산범위(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면서 기본급 인상 없이도 시급이 자동 법정 최저시급을 넘었다. 현대그린푸드는 실제 2019년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조리원들로썬 법정 최저임금 인상율만큼의 인상을 최대 6년간은 기대하지 못하게 된 것. 김영아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장은 “밥하는 아줌마들이다 보니 투쟁도 집회도 몰랐지만 상여만큼이라도 지켜 최저임금을 지키겠다는 각오”라며 “회사는 우리 임금을 쥐처럼 갉아먹지 말라”고 비판했다.

“18시간 근무가 한 달에 서너번.” 이들 임금 상당부분은 특근·잔업 수당이다. 노동강도가 세단 뜻이면서 기본급은 턱없이 적단 의미다. 전주공장은 새벽 4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풀근무’가 평균 3.89회였다. 한 조리원은 7회였다. 연장시간만 102시간이 나온 직원도 있다. 전주지회가 조합원 16명의 지난해 12월 출퇴근기록을 정리한 결과다. 인력 자체가 부족한데 휴무 등 인력 공백을 기존 인력으로 돌려 막은 탓이다.

김 지회장은 자연스럽게 골병이 든다고 했다. 대상포진, 갑상선 질환은 흔히 발견되고 이른 폐경 등 이상증세도 빈번히 발생한다. 노조가 설립되자 비로소 두려움없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엔 직원들끼리만 쉬쉬했다.

남양연구소 식당에서 일하는 A씨는 “85도 이상 웃도는 작업장에 에어콘이 한 대도 없다. 벽에 달린 선풍기 몇 대에 의존해 일 하다보면 온 몸이 땀으로 젖어 하루에도 3~4차례 옷을 갈아입는다”며 “손, 허리, 팔꿈치 등이 틀어지고 다치는 동료가 허다하다. 내가 일한지 10년이 넘도록 산재 한번 제대로 처리된 적 없다”고 했다.

산업재해 은폐, 재해자 불이익 문제도 있다. A씨는 “더워서 쓰러진 조합원이 있었다. 진단서를 첨부해 회사에 제출했는데, 2년 계약직이었던 그가 다시 1년 계약직 근로계약을 할 때 회사는 ‘다시 쓰러지면 그만둔다’는 조항을 적게 했다”고 밝혔다.

화성연구소 식당에서 일하는 B씨는 지난해 10월 솥단지 물이 장화에 들어가 심한 화상을 입어 이식수술을 몇 차례 거쳤다. 완쾌되지 않아 산재연장신청을 한 B씨에게 회사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며 거부했다. B씨는 지금 남은 연차와 여름휴가를 써서 쉬고 있다. B씨는 이날 집회에서 “이 회사를 고발하고 싶다. 우릴 일하는 개미만큼 취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비정규직 남용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엔 크게 ‘파트’와 ‘정규직’이 있다. 최초 취업시 하루 6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는 2년 계약직 ‘파트’를 거친다. 이후 정규직 전환이 될 때까지 계약직으로 일하지만 언제 전환될진 모른다. 김 지회장은 “10년 넘게 계약직으로 일하는 (전주공장) 조리원이 한둘이 아니다. 계약서를 매번 쓰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 전주·남양지회 등 조합원들이 2월17일 오후 1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 전주·남양지회 등 조합원들이 2월17일 오후 1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은 이제야 노조를 만들어서 우리 문제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활동은 순탄치 않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6월14일 관리자가 ‘연장을 달아줄테니 퇴근하지 말아달라’며 직원들을  붙잡아 둔 일이 있었다 했다. 노조 설립을 준비했던 전주공장 직원들이 이들을 만나기 위해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날이었다.

남양지회는 노조 가입서를 돌리자 본사에서 한 직원이 내려와 한 직원을 까페에 붙잡아두고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8월부터 연속 설립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울산공장 내 현대그린푸드 조리원들이 현대그린푸드 울산지회(금속노조 울산지부산하)를 설립했고 11월 전주공장에서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금속노조 전북지부)를 만들었다. 남양지회는 지난 2월12일 노조를 세웠다. 전주·남양지회 정규직 가입율은 100%에 달한다.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조리원이 동료가 일하는 옆에서 서로 돌아가며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조리원이 동료가 일하는 옆에서 서로 돌아가며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

현대백화점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는 전국 3000개 사업장을 운영하며 현대기아차그룹 및 현대백화점 사내식당 대부분을 맡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공동대표를 겸한다. 정지선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생 정몽근씨의 아들이다. 정지선 대표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최대주주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단’은 “정교선, 정지선, 그의 아버지 정몽근씨까지, 작년 정씨 일가에 배당된 주식배당금액만 최소 61억원에 이른다”며 “그러나 현대그린푸드 식당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빼앗기고 차별과 갑질, 부당노동행위로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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