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신군부의 5·18 광주 학살 보도 통제에 맞서다 해직된 원로 언론인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제명을 촉구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진행될 제명절차에 적극 동참하는 것만이 5·18 유족들이나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여야 4당은 한국당 망언 3인방에 대한 윤리위 제소와 함께 국회의원 제명조치를 반드시 관철시켜 민의의 전당에 다시는 그런 사람들이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는 한국당을 두고 “국민보다는 태극기부대 눈치를 살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국민을 속이고 보겠다는 얄팍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이 2017~2018년 5·18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 조사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이번에 자행된 망언소동은 결코 우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당 체질 속에 내재해 있던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DNA가 표출된 것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1980년 5월 광주를 직접 취재했던 원로 언론인들은 국회에서 아직까지 5·18 망언이 나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인 김준범 동양방송(TBC) 해직기자는 “이미 광주에 대해 웬만한 자료는 안 나온 게 없다.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서청원 의원도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서 일주일 넘게 광주를 꼼꼼히 취재한 결과를 고스란히 적었다. 북한군 개입설은 애당초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5·18 북한군 개입설’에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하고도 그런 적 없다고 말하고, 중국 난징 대학살 사실도 없었다고 부인하는 일본 극우세력과 똑같은 논리”라고 꼬집었다.

▲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소속 언론인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소속 언론인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윤재걸 동아일보 해직기자는 “지만원 같은 사람이 한 마디 한 걸 한국당이 날름 받아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은 국민적 수치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부끄러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이 광주 현장에 투입돼 난동을 부렸다는 건 오히려 전두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미국이 북한 개입을 모르고 전두환도 북한군 600명을 물리치지 못했겠느냐”며 “만에 하나 북한군 개입 우려라도 있었다면 기자로서 생명을 걸고 취재에 앞장섰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는 “여당인 민주당이 개혁과 역사바로잡기 등을 입법 차원에서 소홀히 함으로써 적폐 세력들에게 빌미를 줬다는 점도 지적받아 마땅하다”며 “이런 직무유기가 오래 전 역사의 무덤 속으로 들어갔어야 할 5·18 망언과 같은 사태 발생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광주항쟁이 전국에서 일어난 의거였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언론인들 투쟁을 광주항쟁에서 제외시킨 역사왜곡 행위가 바로잡혀야 이번 같은 왜곡·폄훼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는 전두환정권 시절 군사독재와 보도 통제에 저항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단체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박광온 의원이 함께 했다.

한편 한국당은 14일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 의원들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심사 결과를 밝혔으나 솜방망이라고 비판 받았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징계를 유예 받았다. 제명 대상자가 된 이종명 의원은 비례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에 당적을 잃더라도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앞서 해당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5·18은 폭동”,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의 주장을 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도 공청회에 초청했다. 공청회 당일 일부 5·18 유가족들은 현장을 찾아 울분을 터뜨렸고, 현재까지 국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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