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의 정부·여당 편향성을 비판한 조선일보의 시리즈 보도가 15일에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15일 8면에서 “이명박·삼성·양승태… TV시사프로, 일제히 적폐몰이 융단폭격”이란 제목으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들 ‘편향성’을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이번 보도에서 먼저 도마 위에 올린 건 MBC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다. 특히 지난해 11월 ‘리밍보의 송금:MB 해외계좌 취재, 중간보고’ 편을 꼭 집었다. 이 전 대통령 비자금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리밍보는 이 전 대통령의 중국식 발음이다.

조선일보는 “내용은 이 전 대통령 측근과 동명이인인 익명의 해외 사업가가 외국 은행에서 ‘리밍보가 당신에게 달러를 송금했다. 리밍보를 아느냐’는 전화를 두 차례 받았다는 것이 전부. 확인되지 않은 제보 내용을 해외 취재 장면과 섞어 흥밋거리로 내보냈다”며 “중국서 MB 계좌 2개를 확인했다며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취재 결과, MB 명의의 계좌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운데). ⓒ 연합뉴스
▲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운데). ⓒ 연합뉴스

▲ 조선일보 15일자 8면.
▲ 조선일보 15일자 8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최승호 MBC 사장과 스트레이트 출연진을 상대로 정정 보도와 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MBC는 “충분한 취재와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했다”고 했지만 제기한 비자금 의혹에 비해 보도 근거가 부실했다는 비판은 내부에 적지 않았다. 명확한 물증보다 전언이 앞섰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 명의의 비자금 계좌를 확인하지 못했다. 조선일보가 아픈 곳을 건드렸다.

다만 조선일보 보도에서 눈길을 끄는 건 프로그램 진행자인 주진우 시사IN 기자를 겨냥해 “MB가 구속된 뒤에도 비자금을 추적한다며 팟캐스트 출신 기자를 앞세워 몰려만 다니다 허탕치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했다고 비판한 문장이다.

지난 11일과 12일 보도에선 ‘주진우 시사인 기자’, ‘시사인 기자 주진우’라고 표기한 데 이어 13일엔 ‘진행자 주진우’, 15일 ‘팟캐스트 출신 기자’로 명칭이 조금씩 바뀌었다. 소속 매체가 있는데 ‘팟캐스트 출신’으로 지칭한 것은 다소 감정이 투영된 것으로 비쳐진다. 주 기자는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멤버였다.

조선일보의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는 문화부 신동흔 기자가 연일 보도하는데,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장은 주진우 기자와 악연이다. 김 부장은 김성주 아나운서 누나다. 과거 주진우 기자는 남매를 비판한 적 있다.

지난 2017년 9월 MBC 파업 집회에서 주 기자는 5년 전 MBC 파업 참여 언론인의 빈자리를 대체한 인물로 김성주 아나운서를 꼽고는 “나는 그런 사람이 더 밉다. 진짜 패고 싶다”고 세게 말했다.

이어 파업 당시 김성주가 언급된 한 칼럼을 두고 김 부장이 시사IN에 거칠게 항의했다고 전하면서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이 윽박질렀다”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출신 기자’라는 표현이 불러온 기억이다.

▲ 서울신문 15일자 3면.
▲ 서울신문 15일자 3면.
‘36번 광수’의 분노

자유한국당의 5·18 폄하 왜곡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서울신문은 15일자 1면에 시민군 인터뷰를 담았다. 극우인사 지만원씨로부터 ‘36광수’로 지목된 양동남씨다. 36광수는 광주 시민군으로 위장한 북한 특수군 가운데 36번째 인물이라는 뜻. 지씨는 36광수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라고 주장한다.

양씨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내가 광수 중에 서열이 제일 높다. 서열 2위가 뭐 한다고 여기서(한국) 살고 있겠느냐”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는 황당해서 사진을 보고 나라고 말도 안 했다”며 “유치한 장난을 계속 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신문은 “광주 시민군 제1기동타격대 소속으로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사수하다 체포된 양씨는 조사를 받을 때 북한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과 교수에게 36광수, 최룡해, 양씨 사진 분석을 의뢰했다. 최 교수는 지씨가 광수로 지목한 이들의 안면을 분석해왔다.

최 교수는 “광수 36번과 양씨의 눈썹, 눈, 코밑, 입의 간격이 일치했다”며 “반면 광수 36번의 콧대는 죽어 있는데 최룡해의 콧대는 서 있고, 코도 더 길다”고 했다.

최 교수는 “광수 36번의 턱이 가려져 있고 두건을 쓰고 있어서 정확하게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면 최룡해라는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15일자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
▲ 15일자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
조선일보 칼럼, ‘5·18 망언’ 비판

중도·보수학자로 꼽히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가 15일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에서 “공당(公黨)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모독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5·18을 폄하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윤 교수는 앞서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공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만원씨와 같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동적 인물을 국회로 불러 발언권을 준 것은 민주공화국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 양식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윤 교수는 15일 칼럼에서 “‘5·18 망언’은 민주주의 파괴에다 탈진실(post-truth)과 지역감정을 결합한 치명적 발언”이라며 “탈진실과 지역감정의 결합은 우리 사회 저변의 지역차별을 더 강고하게 만든다. 정보의 폭포효과가 부추긴 음모론이 정보 수용자의 확증 편향을 자양분 삼아 무한 증식한다. 결국 ‘5·18 망언’은 탈진실과 음모론이 얽힌 반동적 지역감정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5·18 망언’은 시민적 양식에 대한 모욕이자 대한민국의 성취를 부인하는 망동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탈진실의 음모론을 부풀리는 관행이 나라를 망친다”며 “탈진실과 가짜 뉴스에 맞서 사실의 위엄을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시민적 용기의 정수”라고 했다.

이어 “시민정신으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강력한 민주공화국이 탄생한다. 차별과 편견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시민정신만이 역사를 만든다”며 “‘5월 광주’는 ‘우리 모두의 나라’로 가는 거보(巨步)였다. 우리는 모두 그 길을 함께 걷는 역사의 동행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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