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3일 공개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두고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이 좌편향 교육이라고 비판했다. 고교생 절반이 이미 편의점 알바 등으로 노동현장에서 일해, 노동인권과 노동법을 알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를 문제 삼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14일 16면 ‘고교생에 파업 가르치는 서울교육청’이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노동 인권 지도 자료’를 “교재 내용에 상생이나 협력을 강조한 분량은 적고 노사 간 대립과 집단 행동을 강조한 분량은 많아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 자료는) 파업에 대해선 따로 한 단원을 할애했다. 그러나 기업의 긍정적 역할이나 협상의 중요성을 별도로 다룬 단원은 없고, 단체교섭권에 대해 설명하는 단원에 일부 들어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또 “파업이 헌법으로 정한 노동자의 권리라는 내용은 강조하면서 불법 파업이나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한국교총 관계자 말을 인용하며 “이런 교육은 자칫 학생들 머릿속에 ‘파업은 무조건 옳은 일, 파업을 비판하는 건 나쁜 일’이라는 또 다른 고정관념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 14일 조선일보 16면.
▲ 14일 조선일보 16면.
동아일보도 14일 ‘첫 고교 노동인권 교육교재 편향성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신선한 교수법으로 주목도를 높였지만 좌편향식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문화일보는 14일 ‘서울교육청의 파업 편향 자료 배포는 교육 오염’이라는 사설을 썼다. 문화일보는 이 사설에서 “전국 시‧도 교육청 중에 처음으로 직접 노동인권 교육 자료를 만든 저의부터 의심스럽다”며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이긴 하지만 합법적 절차를 거치더라도 최대한 피해야 마땅하다”고 썼다. 이어 “교육 오염이 현실화하기 전에 전량 회수, 폐기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중학생용, 내년엔 초등학생용을 제작 배포한다는 계획도 당장 접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라고 주장했다.

▲ 14일 문화일보 사설.
▲ 14일 문화일보 사설.
그러나 이 지도자료에는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라’는 단원 안에 학생들을 ‘사용자’와 ‘노동자’ 모둠으로 나눠 단체협약 체험케 하고 합의 결렬 시 파업, 태업, 직장 폐쇄 등을 단체행동 카드로 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한 ‘파업이 가져온 변화’라는 내용에는 파업으로 시민이 불편을 겪은 기사를 보여준 뒤 대중매체 비평문을 써보는 부분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육 자료에는 노동3권과 함께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볼 내용도 있다”며 “단체행동권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안내했다. 파업은 개인이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학습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보도가 단체행동권 부분을 파업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 자료를 편향적으로 바라본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한국일보는 “서울 고교생, ‘실업탈출’ 보드게임, 모의 노사협상하며 노동권 배운다”는 제목의 기사로 해당 자료가 참여형과 체험형 수업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관련 지식을 습득하도록 구성돼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근로계약서 작성법, 유급휴일 사용 조건과 같은 실질적인 정보도 제공한다. 지도 자료는 일반고와 특성화고로 나눠 2종으로 개발됐는데, 특성화고 지도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장 실습 학생들의 권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도 ‘고등학생도 파업, 노동인권 배운다’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노동자들의 노동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교육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 14일 서울신문 1면.
▲ 14일 서울신문 1면.
한편 2016년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서울지역 17개 고교와 1개 중학교 등 19개 그룹 중고등학생 3147명에 설문조사한 결과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경험한 학생은 49.3%(1504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러나 노동 인권교육을 받아봤다고 답한 학생은 31.6%(994명)에 그쳤고 65%(2045명)의 학생들은 노동 인권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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