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경찰 역할을 정리해 발간한 보고서에 북한군 개입설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은 경찰이 보고서를 냈을 때 5·18 관련해 공권력인 경찰이 최초 입장을 밝혔다고 주목했지만 보고서 내용 중 북한군 개입설을 언급한 부분은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

전남경찰이 지난 2017년 10월11일 발표한 ‘경찰관 증언과 자료를 중심으로 한 5·18 민주화운동 과정 속 전남경찰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5·18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137명의 전직 경찰관 증언과 경찰 문건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이 보고서는 “5·18 당시 북한군 개입설”이라는 항목을 별도로 정리했다. 보고서는 “일각에서 북한군 개입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5·18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었던 정보형사 증언, 거동수상자의 신원 확인 등 당시 시민군의 자구노력과 관련 기록 등을 검토한 바 신빙성이 떨어짐”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5·18 당시 정보 형사들이 특정 장소에 배치돼 상황을 전파하고 시위대를 따라 이동해 정보를 파악했다면서 경찰 증언을 제시했다.

증언은 다음과 같다.

5·18 당시 북한군 600명 광주 침투설은 말도 안되는 소리. 600명이나 내려왔는데 경찰들이 모를 수 없는 일이며, 설령 당시에 몰랐을 지라도 나중에라도 파악이 됐을 것”(정○○ 전남경찰국 인사계장, 전○○ 광주서 수사과 폭력반장, 김○○ 광주서 감찰)

“안기부에서 공작비, 활동비, 수사비 등이 모두 나왔음. A급 공작(간첩검거 공작)도 해야 했는데 공작비가 아니라 실적 때문에 없으면 억지로 만들기도 했는데 북한군이 나왔다는 첩보가 있었으면 완전 A급 공작이 되는데 그것을 그냥 넘어갈 대공형사가 어디 있겠나”(강○○ 전남경찰국정보과 대공분실)

5·18 당시 북한군 600명이 내려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광주 시민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민주화를 위한 것이지 북한을 동조하기 위함은 아니었음. 북한군이 왔다는 것은 순 엉터리”(박○○ 광주지검 수사관)

5·18때 정보형사들이 시위대에 근접해 따라 다녔고, 군과 경찰이 철수한 뒤로는 먼발치에서라도 다 지켜보았다. 그 당시 경찰 근무한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북한군을) 봤다는 사람이 없었음(고○○ 광주서부서 정보과)

“그렇다고 북한군 특수요원 600명이 광주에 들어 왔다고 하는 것도 너무 터무니없는 말. 내가 경찰 재직 기간 동안 정보와 대공 업무를 오래 했는데 5·18 당시 전혀 들어 보지 못했음. 당시 경찰보다 정보력이 강했던 보안사나 정보부에서 북한군이 들어 왔다면 그 사실을 인지하였을 것이고, 인지하였다면 어떻게든 경찰에게 지시하여 소정의 조치를 하게 하였을 것임”(한○○ 광주서 정보2계장)

▲ 극우인사 지만원씨가 지난 2015년 3월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 역사의 진실 대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극우인사 지만원씨가 지난 2015년 3월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 역사의 진실 대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지난 2017년 10월 전남경찰이 발표한 보고서.
▲ 지난 2017년 10월 전남경찰이 발표한 보고서.

오히려 5·18 당시 간첩 의심자를 시위대가 적극 신고한 사례도 이 보고서에 나온다. 경찰은 “나주·화순 등지에서 시민군이 간첩용의자를 잡아 경찰에 신고·인계했고, 서부서 강경섭이 간첩으로 오인받아 끌려간 사실 등 시민군이 당시 대공 용의점을 가진 사람을 내부적으로 적발하는 활동”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5월22일 6시경 데모대 차가 경찰서 앞에 정차하므로 총을 겨누고 접근하면 발포한다고 고함을 지르자 간첩을 잡았다며 인계를 받으라고 해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한 사람을 인계받아 정보3계 나천일에게 인계한 기억도 있음”(김일성 운운하며 횡설수설하는 여자로 당시 대공혐의점 없어 석방) (염○○ 나주서 보안), “5월24일 15:40 농성동에서 주민들이 경장 강경섭을 붙잡아 폭도 찝차에 태워 어디로 가버렸음 / 16:15 경장 강경섭을 간첩으로 오인해 체포후 집에 가서 주민등록증 확인 후 석방함 (서부서 상황일지)”, “5월24일 00:15경 신고자 최○○(55년생)의 거동수상자 출현 신고에 따라 군부대와 합동 수색한 결과,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212에서 2명을 발견했으나 대공상 용의점 없음으로 확인됨”(화순서 상황일지) 등의 경찰 내부 문건을 제시했다.

경찰은 대간첩 작전에 필요한 통신망을 회복시킨다는 명목으로 도청을 지키던 시민들 허락을 받아 출입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군 개입설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없다.

경찰은 “전남경찰국에서 작성한 ‘광주사태진상’을 보면 5월18일 16:00 계엄군 투입, 강력히 해산시키던 중 부상자 속출로 시민들 자극했고, 유언비어 유포 등으로 시민들이 학생시위에 가세해 계엄군에 폭력으로 대항한 것으로 정리했을 뿐, 북한군 관련 내용 전혀 없고”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안전기획부가 작성한 ‘광주사태 상황일지 및 피해현황’은 시민군의 세세한 활동까지 시간대별로 기재될 정도로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 북한군 개입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찰은 “결국 5·18 직후 어떤 기록에도 확인할 수 없는 ‘북한군 개입설’의 의도적 거론은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려는 시도로 보임”이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당시 광주에는 약 130여명의 정보 보안 형사가 활동함과 동시에 시내 주요지점 23개소에 정보센터를 촘촘하게 운영했는데, 이런 형사들 눈을 피해 광주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수백 명의 북한군이 활동했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식 밖의 주장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증언”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