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목차

① 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과제
②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 초등학교
③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중학교
④ 유튜브 리터러시 어떻게 할 것인가
⑤ 유튜브 리터러시 교·강사 인터뷰
⑥ 알고리즘 리터러시와 기업의 역할
⑦ 언론과 미디어 리터러시
⑧ 시민사회와 미디어 리터러시
⑨ 노인과 디지털 리터러시
⑩ 한국 미디어 교육의 과제

“뉴스는 뉴스의 작동원리가 거의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을 제기하기 어렵게 하는 방법을 안다.”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뉴스의 시대’의 한 대목이다. 뉴스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텍스트의 이면에는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이 드러내지 않는 진짜 의도가 담겨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주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뉴스가 매시간 제공하는 언어와 이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뉴스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신문읽기, 가짜뉴스 판별 넘어선 교육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인천 구산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뉴스’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들을 쓰게 하니 나온 답이다. 영향력이 큰 방송의 경우 그나마 지상파와 JTBC가 언급됐지만 신문은 단 한 곳도 언급하지 않는 학생이 다수였다.

미디어 교육의 가장 큰 맹점은 미스매치다. 일반적인 미디어 교육은 신문활용교육(NIE, Newspaper In Education)인데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문 정기구독률은 9.9%에 그쳤다. 청소년의 신문 구독률은 상식적으로 이보다 낮을 것이다. NIE 교육은 신문 기사 속 시사 상식을 해설하는 식으로 리터러시와는 거리가 멀다. 근본적으로 신문사의 이익을 위한 교육과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는 교육 목표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 인천 구산중학교 학생의 뉴스 마인드맵.
▲ 인천 구산중학교 학생의 뉴스 마인드맵.

최근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지면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디어 교육계는 미디어 교육의 사회적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가짜뉴스 대응이 이슈가 되자 반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후 뉴스가 사실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교육 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기술을 알리는 것이 미디어 교육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표처럼 여겨지는 데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디어교육학회 세미나에서 최숙 한국외대 언론정보연구소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가짜는 곧 유해하다고 단순화해 해석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역효과를 발생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든 진짜뉴스든 의도를 갖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같기에 가짜를 판별하는 교육이 미디어 교육의 지상목표처럼 다뤄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신뢰할 정보 분별이 핵심

이처럼 미디어 교육이 다뤄야 할 것은 신문 등 특정 매체도 가짜뉴스와 같은 특정 이슈도 아니다. 나쁜 뉴스를 거르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 언론학자들과 교육학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정보 판별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 분석법’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한 환경에 대한 업데이트와 동시에 기술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교육 요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핵심은 신뢰할만한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 함양”이라는 취지다.

 

▲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 분석법.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뉴스 분석법.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이 교육법은 뉴스를 누가 만들고,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이용자의 반응은 어떤지를 살피는 ‘뉴스 이해하기’와 신뢰성, 완전성, 유용성 등을 파악하는 ‘뉴스 평가하기’ 두 기준을 통해 믿을 만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게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초중등 뉴스 리터러시 교재에서도 뉴스의 신뢰도를 파악하는 과제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뉴스를 제작하는 매커니즘을 설명해 게이트 키핑을 이해하게 하고,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고민하도록 하고, 여러 기사를 교차해 살피면서 기사마다 다른 프레임을 쓴다는 점을 알게 하고, 직접 제목을 만들어보면서 낚시성 제목의 문제를 알게 하는 식이다.

박한철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의 교육은 이를 구체화했다. 뉴스 분별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핵심 질문을 통해 고민을 유도한다. ‘누가 이 메시지를 만들었는가’ ‘주목을 끌기 위해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가’ ‘사람들이 메시지를 어떻게 달리 이해하는가’ ‘메시지에 어떤 가치, 관점이 반영되는가’ 등이다. 개별 기사를 읽을 때는 ‘출처는 어디인가. 공신력 있는 언론사인가’ ‘제목만 본 것은 아닌가’ ‘글쓴이는 누구인가. 과거에 쓴 기사들은 무엇인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였는가’ ‘혹시 광고가 아닌가’ 등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

이성철 부산 주감초등학교 교사는 뉴스에서 빠진 목소리를 찾도록 하면서 하나의 뉴스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예컨대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를 다룬 한 국내 기사에는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있지만 정작 시위대의 목소리가 없었다. 다른 언론사들의 뉴스를 검색하면서 언론이 취재원을 취사선택하면서 반영되지 않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고, 다양한 목소리를 다룬 기사를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만든다.

관심 못 끌면 의미 없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좋은 교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교사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

특히 일반 교사들에게는 미디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주민정 인천 구산중학교 교사는 “교사들도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한데 미디어 교육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용철 서울 경희여자중학교 교사는 “우리가 아이들이 쓰는 미디어에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또 다른 미디어에 손을 뻗는다. 교사들이 계속 눈과 귀를 열지 않으면 자신이 쓰던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문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적극적으로 하는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강용철 경희여자중학교 교사가 수업할 때 학생들은 가만히 있을 틈이 없다.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읽게 한 다음 자신이 관심을 가진 뉴스 제목을 포스트잇에 쓴 다음 ‘정치’ ‘사회’ ‘국제’ ‘연예’ 등 종류별로 모은다. 정치 분야에는 포스트잇 몇 장 붙지 않는 반면 연예란에는 포스트잇이 넘쳐나는 걸 보면서 자신들이 보는 뉴스가 편중돼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포털 사이트와 똑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출력해 학생들에게 조작해 만든 뉴스를 찾게 만들기도 한다. 강용철 교사는 “아이들 수준에 맞는지 고민해야 하고 교육 이전에 동기유발 단계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천 구산중학교 축제 때 저널리즘 동아리 활동.
▲ 인천 구산중학교 축제 때 저널리즘 동아리 활동.

박한철 교사는 ‘게임’을 강조한다. 가장 많이 쓰는 미디어의 로고를 깃발로 만들고, 자신이 생각하는 미디어를 적은 말풍선을 만들거나, 초성 퀴즈를 하며 미디어 개념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식이다. 그는 “한국 교육은 내용물이 아닌 그 내용을 담은 그릇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막상 좋은 내용으로 수업해도 학생들에게 와 닿는 교육이 안 된다. 학생들이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같은 교육법이라도 여고생과 남자 중학생의 반응은 또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성철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 때마다 태블릿PC를 지원해 유튜브, 포털 등 검색을 통해 뉴스를 찾게 한다. 하나의 이슈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2학기 그는 매번 다른 뉴스를 교육하지 않고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라는 이슈에 주목해 그 양상을 추적하게 했다. 이성철 교사는 “뉴스라는 텍스트 자체가 상당히 많은 배경지식과 어휘력, 이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려움이 있어 하나의 이슈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주민정 교사는 동아리 소속 3학년 학생들이 2학년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하게 했다. 선배가 후배들에게 설명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깊은 공부를 하게 되고, 교육을 받는 후배들도 또래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낚시성 기사’라는 교재 속 언어가 ‘어그로’라는 단어로 바뀌자 학생들의 호응이 높아지는 식이다.

 

▲ 부산 주감초등학교의 활동형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부산 주감초등학교의 활동형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미디어 독립 교과목 현실성 떨어져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담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언론재단의 지원으로 직간접적으로 미디어 교육에 참여한 학교는 5320곳으로 전체 학교의 25.4%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이들 학교에서 관련 교육이 활성화된 건 아니다. 이 통계는 외부기관 강사파견, 온라인 교사연수, 교재 및 수업지도안 제공 및 개발 지원, 연구비 지원, 학부모 연수 지원 등을 받는 학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언론재단에서 강사를 파견해 1학기 이상 교육하는 학교는 연 평균 400여곳에 그친다.

오수정 언론재단 미디어교육팀장은 “주변의 교사들에게 ‘미디어 교육’에 관심 갖고 함께 하자고 말씀드리면 십중팔구 ‘그게 뭔데요?’하신다”며 “현장에서는 여전히 낯선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현장과 학계가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큰 문제는 체계적이면서 장기적인 미디어 교육을 할 시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교사 재량 시간, 클럽 활동, 방과후 활동, 동아리를 통해 관련 교육을 하는 식이다. 2015년 교육과정 개정으로 일부 교과 소단원에 미디어와 연계한 항목이 생기긴 했지만 파편화돼 있고 적극적이지 않다.

주민정 교사는 “이전 학교에서 저널리즘 동아리를 운영했는데 학교를 옮기니 지도교사가 없어져서 저널리즘반이 끊겼다”며 아쉬워했다. 오수정 팀장은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현재 일부 교사의 노력과 열정에 의존해 이뤄진다. 내 아이가 이런 교사를 만나 분별력 있는 미디어 이용자가 될 배움의 기회를 얻을 확률은 극히 적다”며 “미디어 교육이 학교 교육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면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게 기회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 서울 경희여자중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사진=박서연 기자.
▲ 서울 경희여자중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사진=박서연 기자.

그러나 미디어 교육이 독립 교과목으로 채택될 확률은 매우 낮다. 교육부에는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는 조직이 없고 ‘민주시민교육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오수정 팀장은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국어, 사회, 미술 등 여러 과목 속에 미디어와 연계된 부분이 흩어져 있는데 이를 파편적으로 교육하는 게 아니라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한 뒤 “고등학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선택교과 가운데 하나로 미디어 교육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박한철 교사는 “꼭 뉴스 리터러시가 아니더라도 ‘정보 분별’ 파트를 통해 관련 활동을 할 수도 있고 고등학교의 경우 진로선택과목의 일부로 미디어와 사회라는 과목을 신설해 교육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의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는 분위기도 문제다. 한 미디어 교육 강사는 “현장에서 신문이나 방송 제작 교육이 많은 이유는 성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힘든 리터러시 교육을 교강사들이 회피하는 이유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강용철 교사는 “교육은 약처럼 효과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바로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누적되면 삶에서 뗄 수 없는 안목이 올라가게 된다. 즉시적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수많은 미디어가 있는 시대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기 위해 꾸준한 마라톤을 한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 뉴스리터러시 교육은 수능과 달리 한판 승부가 아니다.

※참고문헌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스마트 시대의 뉴스 분석법
뉴스토크 뉴스를 만나다! 미래를 만나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 뉴스로 열어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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