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 심의 규정에 ‘성 평등’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선거 관련 방송에서 여성 정치인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단어 사용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1일 낸 논평을 내고 방송심의 규정처럼 선거방송 심의 규정에도 ‘성 평등’ 조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정치 구도가 공고한 상황에서 선거 기간 동안 방송 등 미디어에선 여성 정치인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 미디어 시민단체 연합체인 총선보도감시연대 카드뉴스.
▲ 미디어 시민단체 연합체인 총선보도감시연대 카드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으로 방송심의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동규, 선방위)는 선거방송심의규정으로 선거 관련 방송심의를 한다. 방통심의위의 선방위는 선거철을 앞두고 구성되는 임시 심의기구다.

현재 방송심의 규정에는 방송은 양성을 균형 있고 평등하게 묘사해야 하며 성차별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선거방송 심의 규정에는 해당 조항이 없다. 선방위가 따로 구성됐지만 ‘성 평등’ 조항이 없어 선거 관련 방송에서 진행자와 패널들이 여성 정치인을 비하하고 폄훼할 경우 선방위가 아닌 방통심의위에서 해당 안건을 다뤄왔다.

민언련은 “실제로 2016년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점 TV조선·채널A에선 여성 정치인을 독립적인 정치 주제로 인정하지 않는 발언들이 잇따랐다”고 언급했다.

▲ 미디어 시민단체 연합체인 총선보도감시연대 카드뉴스.
▲ 미디어 시민단체 연합체인 총선보도감시연대 카드뉴스.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2016년 1월14일)에선 윤아무개 기자가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민의 당 창당 준비 집행위원장직을 맡은 것을 두고 “3년 만에 안철수 의원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발언했고 손혜원 의원과 양향자 전 최고위원, 김빈 전 디지털대변인 등에 대해 “문재인의 여자”라고 표현했다.

채널A ‘쾌도난마’(2016년 1월25일), 채널A ‘직언직설’ (2016년 3월31일)에서는 패널들이 박영선 의원에게 각각 “박영선 의원이 오빠들이 많다. 김종인 위원장도 오빠고, 정운찬 전 총리도 오빠”와 “애 셋 낳고(문재인 의원 곁을) 떠날 거다”라고 발언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비하뿐만 아니라 선거 관련 방송을 하면서 여성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 쇼+’(2016년 1월22일)에서는 “결국 여성이 여성을 지원하고 응원하고 동료의식을 갖는 게 아니라 여성이 여성을 막는다”라는 발언이 나왔다.

민언련은 이들 방송이 명백히 여성 정치인을 주변화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선거 관련 방송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당시 여성 정치인들을 심각하게 모욕한다고 판단해 심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방송들에 대한 심의는 선방위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성 평등 관련 규정은 마련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여전히 선거 시기 정치인들은 이기기 위해 젠더, 성적 지향 등 모든 것을 빌미로 흑색선전에 나선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여성 정치인만이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긴 쉽지 않다”며 “선거 문화와 선거 미디어 보도의 자정을 위해서라도 선거 미디어 규정에 성 평등 관련 조항을 포함하는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4곳이 활동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4대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로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론조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인터넷 보도), 선거기사심의위원회(신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송) 등이 있다.

이들 심의기구 위원들 명단을 살펴본 결과 총 37명 위원 중 ‘2명’만 여성위원이었다. [관련기사 : 선거 미디어 심의기구 37명 중 2명만 여성]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선거방송심의 규정에 ‘성 평등’ 조항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방통심의위가 직접 심의 규정을 개정하거나 선방위가 방통심의위에 심의 규정 개정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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